실업대란 중국, 청년층 불안증세 심각…대학생 20% 우울증

강우찬
2023년 09월 28일 오후 12:22 업데이트: 2023년 09월 28일 오후 12:22

중국과학원, 대학생 8만명 정신건강 조사 발표
언론은 “미성숙” 청년 탓…경제정책 실패는 외면

중국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대학생 절반이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과학원이 발표한 ‘2022 중국 국가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8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조사에서 우울증 발병률(유병률) 21.48%, 불안장애 발병률은 45.28%로 나타났다.

중국 내 심리학 학술지인 <심리학전연>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중국 43개 도시, 23개 대학에서 대학생 10만 명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정신장애 평균 발병률이 22.8%로 집계됐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중국 대학생 73.2%가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으며 학업 스트레스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압박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매체들은 이런 조사결과를 전하면서 대학생의 ‘학업 스트레스’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압박감’을 자연스러운 일로 평가했다.

“사회적 경험과 심리적 성숙이 부족한 청년들은 자신의 현재 상태와 인생의 목표, 졸업 후 진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종종 불안, 자기부정, 자기의심을 품게 되며 이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매체들의 분석은 강압적인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에 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작년 말까지 ‘제로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대학생들은 3년 내내 거의 교내 연금상태에 처해야 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자유가 속박당한 것이다.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표현·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제, 자유롭게 사고할 권리마저 억압하는 분위기로 인한 좌절감도 청년들의 우울한 심리를 증폭시킨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제로 코로나 2년 차였던 지난 2021년,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그저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탕핑(躺平)주의’가 유행했다.

이는 열심히 직업을 갖고 살아봐야 정당한 보상을 얻기는커녕, 공산당의 노예 신세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경제활동을 거부하겠다는 저항의 표시였다.

이듬해인 2022년 중국 인터넷에서는 ‘도망(run)’이 올해의 단어가 됐다. 중국을 탈출해 제로 코로나를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다. 중국 중산층에서 확산하는 불안감을 상징하는 단어로 여겨졌으나, 청년층도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점은 자명하다.

중국 대학생의 불안과 우울증은 본질적으로 공산주의 중국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에 기인한다.

중국 공산당이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청년층의 불안과 그로 인한 사회에 대한 불만은 현재 중국 공산당의 가장 열렬한 중국 내 지지층인 청년층의 민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