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축복’ 혼란 잇따르자…교황청 “동성애 지지는 아냐” 해명

황효정
2024년 01월 5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12:33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한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자 교황청이 해명에 나섰다. 얼마 되지 않아 해명 자료를 낸 것을 두고 동성 커플 축복이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했는지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바티칸 관영매체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이날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성명을 통해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것이 그들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그들이 영위하는 삶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선언문을 내며 “동성애 관계에 있는 이들이 원한다면 사제가 이들을 축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비록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에 포함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혼인성사와 유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가 붙었으나, 그간 전통적으로 동성 커플을 배제해 온 가톨릭교회의 입장과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교황청은 지난 수 세기 동안 “결혼은 남녀 간 불가분의 결합”이라며 동성 결혼에 반대해왔다. 불과 2년 전인 지난 2021년에도 “동성 결합은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교황청의 입장 변화는 성 소수자 가톨릭 신자들에게 환영을 받았지만, 일부 주교는 이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한편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 주교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아프리카에선 과반수의 국가가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는 가운데 우간다에선 동성애자를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이 지난해 5월 제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교황청이 동성 커플 축복 선언문을 발표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해명 자료를 낸 것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동성 커플 축복이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유명 목사 프랭클린 그래함은 SNS를 통해 “종교 지도자들의 이른바 ‘축복’은 당신을 하나님의 심판에서 구원할 수 없다”며 “교황을 포함한 우리 중 누구도 하나님께서 죄라 부르시는 것을 ‘축복’할 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