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중국서 발 뺀다”…中 외국인직접투자 사상 첫 적자

애런 팬(Aaron Pan)
2023년 11월 7일 오후 3:58 업데이트: 2023년 11월 7일 오후 5:02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투자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위험 요소를 우려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중국의 FDI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직접투자부채가 지난 3분기 118억 달러(약 15조 42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FDI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FDI 적자가 ‘저금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저금리를 지속함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는데, 이것이 중국 FDI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경제 분석 책임자인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도 비정상적인 금리 차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수익금을 빼내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FDI 약세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중국과 서방 국가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꼽히고 있다.

에반스-프리차드는 로이터통신에 “아직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 입지를 줄이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거의 없지만,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경우 중국의 해외 자본 유치는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전망

중국 상하이에 있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원사의 약 60%가 ‘미·중 관계의 긴장’을 중국 시장의 최대 위험 요소라고 응답했다.

게다가 암참은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내 미국 기업의 투자 환경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암참은 “조사 결과 회원사들은 미·중 간의 긴장 고조,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거시경제적 압박 등으로 인해 사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은 수년간의 코로나19 혼란과 제한 조치 이후 중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낙관론이 회복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비즈니스 심리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회원사는 전체 중 52%에 불과했다. 이는 1999년 첫 보고서를 발표한 이래 최저치”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지리경제센터와 로디움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에는 구조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환경 악화

최근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당국의 압수수색과 체포 등은 해외 투자자들의 비즈니스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8월 중국 고위 경제 관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기업에 아무런 설명 없이 부과되는 막대한 벌금, 압수수색 등이 ‘새로운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하는 것은 7월 1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간첩 활동으로 간주하는 범위를 늘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정의를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로써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임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해졌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이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8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향하는 고속열차 안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너무 위험해져서 투자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미국 기업인들로부터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