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운수협회, 백신여권은 환영…접종 의무화는 “글쎄”

이은주
2021년 4월 5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5일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음성 여부를 증명하는 디지털 백신여권 도입에 우호적인 항공업계에서 해외여행 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출·입국 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경우 접종 거부자들을 차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페리 플린트는 최근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IATA는 백신을 국제 여행의 필수 요건으로 정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플린트는 “하지만 입국 시 자격 요건을 정하는 것은 정부이고, 이 같은 요건을 준수할지는 항공사와 탑승객에 달렸다”고 했다. 

해외 여행의 길이 열렸다며 백신여권 도입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백신 접종 의무화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IATA는 항공 탑승객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백신여권인 ‘트래블 패스’를 자체 개발했다. 12개 이상의 국제 항공사가 트래블 패스 시범 운영을 마쳤다. 

플린트는 백신여권을 둘러싼 개인정보 노출 우려에 대해 “(트래블 패스에는) 추적 코드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사용자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나 백신 접종 정보를 자신의 스마트폰에만 저장하도록 허용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용자가 허가할 경우에만 필요한 백신 정보를 연계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트래블 패스 사용자가 개인정보의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중앙에서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게 IATA 측 설명이다.    

영국 보안연구기관인 탑10VPN(Top10VPN.com)에 따르면 전 세계 73개의 백신여권 앱 가운데 60개(82%)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미흡했고, 32개(44%)는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감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각국이 백신여권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선 뉴욕주가 가장 먼저 백신여권 ‘엑셀시어 패스’(Excelsior pass)를 도입했다. 하와이주 역시 백신 접종 증명서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여권은 경기장, 결혼 피로연, 공연장 등의 행사에 입장할 때 여권 소지자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유무를 검증하고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항공 보안 및 공항운영 전문가인 제프 프라이스는 백신여권은 많은 인프라와 훈련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NTD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항공권 판매 대리업자, 게이트 담당 직원 등 항공 시스템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백신여권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많은 교육이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백신여권이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최전선 의사들(America’s Frontline Doctors)’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터린 클라크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백신여권은 자유사회에서 설 곳이 없다”고 했다. 

클라크 박사는 기업이 소비자들의 백신 접종을 강제하기 위해 서비스 접근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행태는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백신여권은 위헌이며 의학적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여행협회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국제 여행 재개를 위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했다. 

협회는 오는 5월 1일까지 모든 미국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이날까지 빠른 국제 여행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백신여권 개발 △국제 여행 시 음성 확인서 제시 요구에서 백신 접종 탑승객 제외 △여행의 전제 조건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 금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여행 관련 지침 갱신 등을 요청했다. 

이후 CDC는 지난 2일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들은 자가 격리나 진단 검사 없이 국내 여행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갱신했다. 

현재 미국 내 여행에 있어 하와이주를 제외하곤 코로나19 검사 결과 관련 요구 사항은 없다. 하와이주 방문자들은 음성 증명서가 없으면 열흘 동안 자가격리해야 한다.

국제 여행의 경우, 미국에 입국하려는 항공객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3일 이내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백신여권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백신여권을 경제 개방의 열쇠로 여기는 반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을 처벌하는 ‘두 계층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국 에딘버러대 생명윤리 연구 전문 사라 챈 박사는 NTD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여권은 “기술적으로 불균형한 무거운 해결책”이라면서 결국 사람들을 2등, 3등 바이오시민(biocitizen)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신여권의 도입이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데 사용될 것이란 지적도 내놨다. 챈 박사는 항공사들이 지난해 시행한 ‘탑승객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그 예로 들었다. 

미국에선 일부 항공사가 의학적 사유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승객과 유아의 여객기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아메리칸 항공, 알래스카 항공,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지난해 2세 이상의 유아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도입, 이를 따르지 않는 승객들을 여객기에 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CDC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국 모든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지난달 2일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마스크 의무화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마스크 착용 거부자는 연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단, CDC는 호흡기가 발달하지 않아 질식 위험이 있는 2세 이하 유아는 마스크 의무화 명령에서 제외했다. 

데이비드 페코스케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은 교통안전청(TSA)이 마스크 의무화와 관련, 항공교통보안법에 따라 당국과 일관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교통안전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마스크를 미착용할 경우 첫 번째 위반 시 250달러(약 30만원), 이후부터는 15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벌금은 사유에 따라 더 많이 부과될 수 있다. 마스크 의무화 명령은 오는 5월 11일까지 효력이 발생한다.  

아메리칸 항공, 델타 항공, 알래스카 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은 CDC의 명령에 따라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에서 면제되려면, 아메리칸 항공은 탑승 최소 72시간 전, 알래스카 항공은 출발 일주일 전 면제 요청을 하도록 정책을 갱신했다. 

델타 항공은 지난해 7월부터 가상 의료 상담 서비스를 통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마스크 착용 면제 여부를 결정하는 ‘Clearance-to-Fly’를 시행하고 있다. 

항공사 규정상 승객들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약물 복용 시에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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