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중국 팽창 야욕 호주, 태평양까지 확장”

황효정
2024년 01월 11일 오후 3:57 업데이트: 2024년 01월 11일 오후 4:02

하이브리드(복합) 위협과 중국 정치전을 주제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는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자유민주주의’  세미나 이튿날 세션이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이 호주·필리핀과 태평양 제도에서 은밀하게 벌이는 정치전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1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세미나는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세계지역학회·국가안보전략연구원·한국국가전략연구원 공동 주최했다. 세미나 4세션 주제는 ‘중국의 정치전과 캐나다, 호주, 태평양제도에서의 선거 개입’이다.

알렉스 조스케 ‘스파이와 거짓말’ 저자|한기민/에포크타임스

“중국공산당, 확장주의적 정권…외부에 공격적 활동”

국가안전부를 비롯한 중국 첩보기관의 대외 공작 활동을 파헤친 ‘스파이와 거짓말(Spies and Lies)’ 저자 알렉스 조스케(Alex Joske)는 중국공산당이 호주에서 전개하는 정치전 실상을 집중 소개했다.

“호주는 중대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다. 뉴질랜드와 더불어 미국과 ‘태평양안전보장조약(Australia, New Zealand, United States Security Treaty)’, 즉 안저스(ANZUS)동맹 관계이다. 한편 100만 명 가까운 중국 본토 출신 화인(華人)이 거주하고 있다. 제3지대에 속하는 호주가 당면한 모순은 국가보안법 등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은 호주를 타깃 삼아 침투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라고 조스케는 호주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말했다.

‘중국공산당은 왜 호주 사회에 침투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 조스케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대외 정책 기조는 확장주의다. 확장주의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와 맥이 닿아 있으며 방어에 그치지 않고 위협 요소를 선제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 공산당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외부 위협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조스케의 분석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의도를 숨긴 채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호주 사회로 침투한다”며 중국공산당 특유의 접근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이 특정 인물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굉장히 교묘하다. ‘협력자’조차도 자신들이 중국 대표 스파이 기관 국가안전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조스케는 헬렌 리우(Helen Liu), 황샹모(黄向墨) 등 중국계 인사의 호주 정치인 결탁 사례를 언급하며 “해당 사례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외국 정계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황샹모는 전 호주 외교부 장관의 방조하에 친중 성향의 외교정책연구기관을 설립했다. 해당 기관을 통해 호주 국내 학자가 어떤 내용의 강의를 하고 어떤 소재의 책을 출판하는지를 집중 감시할 심산이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황샹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평화통일촉진회(ACPPRC) 호주지회 회장을 맡았다.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호주 정치권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한 로비스트이다. 헬렌 리우의 본명은 ‘류차오잉(劉超英)’으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故) 류화칭(劉華清) 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장녀이다. 류화칭은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이던 1982년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개념을 제시한 대표적인 군사 전략가이다.

조스케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출신 인사가 호주 미디어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영향력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호주 정부 외교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군사 첩보 탈취, 기술 탈취, 민간 중국 전문가 동향 감시 등 다방면에서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고자 한다. 결국 중국 공산당 역량 강화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상대국 사회 질서 혼란 초래”

클레오 파스칼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한기민/에포크타임스

두 번째 발제자 클레오 파스칼(Cleo Paskal)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태평양 도서(島嶼)국 사례를 분석했다.

파스칼 선임연구원은 “태평양의 도서들은 지난날에도 오늘날에도 세력 확장을 추구하는 국가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중국도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 주요 도서는 미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괌(Guam)을 비롯한 미국 속령(屬領)뿐만 아니라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등 지난날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독립국’들에도 미국은 영향력을 미친다. 이들 도서국들은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FA)’을 체결한 상태이다.

“중국은 태평양 도서의 중요성, 해당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인식하고 있다. 2022년 5월, 왕이 중국 국무원 외교부장이 태평양 지역을 방문하여 ‘5개년 행동 계획’을 제시했다. 표면상 네트워크 구축, 거버넌스 재정립, 재난 구호, 사이버 공간 통제 등이 포함된 일종의 청사진이었다. 실제는 중국의 해당 지역 통제권 확보를 담은 내용이었다”고 설명한 파스칼 선임연구원은 “해당 제안을 통해 중국은 우방국과 적성국을 구분하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미크로네시아연방은 해당 제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데이비드 파누엘로(David Panuelo) 미크로네시아연방 대통령은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은 파누엘로 대통령 축출을 시도했고 결국 대통령 재선거가 실시됐다.

파스칼 연구원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이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과 솔로몬제도 간 ‘안보협정’ 초안이 지난 2022년 작성됐다. 협정의 요지는 ‘유사시 솔로몬제도 내 중국인 보호를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솔로몬제도 진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협정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솔로몬제도 주권 침해의 위험성을 내포한 중국의 시도는 저항에 부딪혔다. 솔로몬제도 국민들은 “중국의 투자를 더 이상 받아서는 안 된다”며 시위를 벌였다. 다만 솔로몬제도 대통령은 협정에 서명했다. 파스칼 연구원은 “당사국의 사회 무질서 야기를 목적으로 삼았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질서를 만드는 것이 중국의 의도였다”며 솔로몬제도의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파스칼 연구원에 따르면 솔로몬제도 외 오세아니아 바누아투에서도 미국 등 타국 선박 정박 금지 조치가 발효하는 등 태평양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중국의 정치전이 펼쳐지고 있다. 정치전 대상은 미크로네시아연방 같은 독립국은 물론 미국의 한 주(州)인 하와이도 망라한다. 중국공산당의 손길이 닿고 있는 것이다.

파스칼 연구원은 “한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가 미국 고급 장교에게 ‘당신들은 하와이 동쪽을 점유하고 우리는 하와이 서쪽을 맡겠다’고 제안했다’는 지난 2008년 미국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증언을 인용하며 궁극적으로 태평양을 양분하고자 하는 중국 공산당의 야욕을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해외 주요 인프라 ‘제어’ 목적 투자”

엘리자베스 챈 글로벌위기경감재단 이사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미국 하와이에 본부를 둔 글로벌위기경감재단(Global Risk Mitigation Foundation) 설립자 겸 대표(CEO)로 활동하는 엘리자베스 찬(Dr. Elizabeth Chan) 박사는 필리핀 사례를 들었다.

중국은 필리핀 해역을 ‘안마당’으로 만들기를 원하며 해당 해역에서 확장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주지할 점은 필리핀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반(反)정치전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 해군, 일반 국민 모두 주권 수호를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영해 경비를 수행하는 해군 외에도 여성만으로 구성된 별도 해안경비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해역 분쟁 지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어민으로 가장한 해상민병 등과 충돌 사항을 전담 촬영하는 언론인을 선박마다 배치했다. 분쟁 해역에서 일반인 관광도 활성화했다”고 엘리자베스 찬 박사는 필리핀의 대(對)중국 대응책을 소개했다.

그는 “필리핀도 중국의 정치전을 완벽하게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찬 박사는 “중국계 자금 통제하에 있는 조직이나 기관이 존재한다”며 필리핀 해안에 밀집한 카지노를 예시로 들었다. “해당 지역 내에서 중국계 자금으로 카지노 설립, 토지 매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유지’라는 이유로 필리핀 해군, 미국 해군 등의 접근이 차단됐다”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엘리자베스 찬 박사는 “필리핀국영송전기업(National Grid Corporation of the Philippines) 등 국가 핵심 인프라스트럭처에도 중국 자본이 침투했다”며 중국 공산당이 상대국의 주요 인프라스트럭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분석했다. 그는 필리핀 일각에서 국영송전기업의 지분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에 대한 경각심도 존재하지만 ‘국가 기간 산업에 중국 자금과 장비가 들어간 것에 더 많은 우려를 표한다며 필리핀의 반응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