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국의 전조인가…중국 지방정부 토지매각 수입 급감

강우찬
2023년 10월 17일 오후 5:55 업데이트: 2023년 10월 17일 오후 5:55

도시지역 9월 토지거래, 전년동기대비 43% 감소
빚 1경 넘는 지방정부 재정에 큰 타격…위험 확산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의 엄격한 감시와 규제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과거와 달리 토지 사용권 구매에 신중해지면서 토지 공급과 거래가 계속 줄고 있다. 토지 경매에서는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 중국 각 지방정부의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중국 시멘트 업계 포털사이트인 시멘트런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0개 부동산 업체가 직원 16만 명을 구조조정한 데 이어, 지난 반년 사이 22개 업체가 2만8천 명을 감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총 18만8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에 실패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린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설계용역을 맞고 있는 30여 개 자회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2천 명을 내보냈다.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과 비구이위안의 부채는 각각 2조3900억 위안(약 441조원), 1조3600억 위안(약 251조원)에 달한다.

업계 선두권인 두 업체의 회생 여부에 중국 부동산 업계 전체의 운명이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침체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직결된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중국 전체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 수입은 전년 대비 23% 하락했다. 하이난, 상하이 등 일부 상승한 곳도 있었으나 톈진시, 지린성, 칭하이성은 감소 폭이 60%를 넘었다.

푸젠성, 산둥성, 후베이성, 안후이성, 후난성, 충칭시, 산시성, 네이멍구자치구, 구이저우성은 40% 하락하고 지린성과 허난성, 랴오닝성, 산시성은 20~30%씩 하락했다.

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재정 수입에서 토지 매각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0%였다. 주요 수입원이 타격을 받으면서 이미 빚에 허덕이는 지방정부들은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부동산 부양책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위축 추세를 되돌리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3분기 토지매각수입 29% 감소

2023년 1~9월까지 중국의 토지 매각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8.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칭하이성, 구이저우성, 간쑤성, 푸젠성, 상하이시, 신강위구르자치구의 경우 감소율이 50%를 넘어섰다.

9월 토지 매각 수입은 2889억 위안(약 53조4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13%, 전월 대비 11.26% 감소했다. 주택용 토지 매각 수입도 2320억 위안(약 40조90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전월대비 12.54% 감소했다.

토지 공급량도 줄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토지 공급량은 9962만㎡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해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 매년 9월분 공급량이 2억㎡를 넘은 것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공급과 함께 수요도 무너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국 300개 도시의 상업용 토지 총계약 면적은 4950만㎡로 전년 동기 대비 43%, 전월 대비 약 20% 감소했다.

토지 경매 입찰자 역시 현저히 감소해 광저우, 항저우, 닝보 등 극소수만 제외하면 대다수 주요 도시에서는 토지 경매가 대폭 축소됐다.

지난달 주요 도시 토지경매에서 낙찰가가 예상가격을 얼마나 초과했는지를 나타내는 평균 낙찰가율은 4.5%로 2023년 3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우한, 창사, 칭다오 등의 도시에서는 낙찰가율이 0%를 기록했으며 광저우시, 항저우시, 닝보시, 우한시 등에서는 토지 경매가 상당수 유찰되거나 철회됐다. 용도별로는 유찰된 토지 중 주택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6%로 상업용지보다 높은 이례적 현상이 나타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에이킨 대학 경영대학원의 프랭크 셰 교수는 “현재 부동산 기업들은 토지를 구매할 자금이 없다”며 “주택 판매는 하락하고 차입금은 막혀 있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경영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미 경제분석가 데이비 웡은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깊어지고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개발업체들이 토지 매입 계획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웡 분석가는 “현재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은 여유 자금이 없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앞날을 위한 투자를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공 당국이 발표한 지방정부 공식 부채는 35조 위안(6472조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8.9% 규모다.

그러나 중국의 공식 통계가 흔히 그렇듯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중국 지방정부 실제 부채 규모를 94조 위안(1경7883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GDP의 76%에 해당한다.

중국 지방정부의 공식 부채에 적용된 평균 이자율은 약 4~5%다. 따라서 실제 부채 규모가 94조라면, 중국 지방정부는 연간 3조6천억~4조5천억 위안(약 665조~832조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상황에 대해 중국 체제 내 학자들에게서조차 경고가 나온다. 푸단대 중국경제연구소장 장쥔(張軍) 교수는 최근 “지방정부의 토지 매각 수입이 이자 지급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심각한 재정적 문제를 의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웡 분석가도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 사용권 매각과 그 관련 수입에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70%까지 의존한다”며 “이런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지방정부들은 공공서비스와 공공지출, 복지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돈 들어올 곳은 없고 이자는 계속 밀리는데, 공무원 급여와 저소득층 지원금 같은 고정지출은 계속 나간다. 지방정부로 시작된 파국이 중국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