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친환경’ 청소제품서 독성·발암물질 수백 개 검출”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23년 09월 15일 오후 3:16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전 10:20

가정에서 널리 쓰이는 청소 제품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제조사에서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제품에서도 독성을 띤 유해물질이 발견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3일 환경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는 “미국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및 친환경 청소 제품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이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를 진행한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WG)’은 청소 제품 28개, 방향제 2개 등 총 30개의 가정용 제품에 대한 유해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가정용 제품 30개에서 VOCs가 총 530개 검출됐다.

VOCs는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특성을 지닌 인공 화학물질로 페인트, 의약품, 석면, 냉매 제조 등에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VOCs는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로 간주되며, 그중 일부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연구진은 “카펫, 바닥, 유리, 가구 세정제 및 의류 얼룩 제거제 등 다양한 제품에서 VOCs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단, 제품명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어 “일반 제품 14개, 향이 첨가된 친환경 제품 9개, 무향 친환경 제품 7개 등 총 30개의 제품에서 모두 VOCs가 검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물질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 계통, 생식 기관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암 발생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제조사들은 과학적 근거나 기준 없이 마케팅 목적으로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며 “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며, 소비자들도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도장용 유성도료를 사용하는 모습. 유성도료에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함유돼 있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VOCs의 유해성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VOCs 530개 가운데 193개는 미국 캘리포니아 독성물질관리국과 유럽화학물질청이 유해물질로 분류한 것들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VOCs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더해진 인공화합물로, 그중에는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도 포함된다”며 “특히 실내에서 VOCs가 방출될 경우 그 농도는 실외에서보다 최대 10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고했다.

EPA에 따르면 VOCs 흡입 또는 노출 시 예상되는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두통, 호흡 곤란, 중추신경계 및 기타 장기 손상 등이 있다.

EWG 연구진은 “연구 결과 ‘친환경’ 제품에서도 VOCs가 검출됐지만, 일반 제품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며 “일반 제품의 검출량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향이 첨가된 친환경 제품, 무향 친환경 제품 순으로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경종을 울리다

연구진은 “물론 모든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긴 했지만, 일반 제품보다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그나마 VOCs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연구가 실내 공기 속 화학물질의 잠재적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정용 및 산업용 청소 제품 제조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미국청소협회(ACI)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각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VOCs 농도를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계는 과거부터 정부 및 규제기관과 협력해 VOCs 농도를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고 해명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