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전문지, 習 스탈린식 숙청 집중 조명

친강 전 中외교부장 7월 사망설도 언급

정향매
2023년 12월 7일 오후 6:50 업데이트: 2023년 12월 7일 오후 7:06

12월 7일 프랑스국제라디오(RFI), 대만국제방송(RTI) 등 외신들은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의 12월 6일 자 기사 ‘시진핑의 스탈린식 숙청’을 인용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친강(秦剛) 전 중국 외교부장, 리상푸(李尚福) 전 국방부장 등 중국 고위 관리들의 실종과 실각에 얽힌 의혹을 다뤘다. 

폴리티코는 먼저 올해 6월 돌연 실종됐다 7월 25일 공식 해임된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의 실각 원인과 근황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친강은 외교부장 취임 6개월 만인 올해 6월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무장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 차관과 회담한 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중국 고관들과 접촉할 수 있는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루덴코 러시아 외교 차관의 베이징 방문 목적은 시진핑에게 중국 외교부장,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들이 서방 정보기관에 이용당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매체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이 시진핑에게 전달한 메시지에는 친강의 친척과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 장성들이 중국의 핵무기 기밀을 서방 정보기관에 누설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비판이 담겼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핵무기 프로그램을 크게 확장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또 폴리티코에 “친강이 올해 7월 말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을 진료하는 베이징 소재 인민해방군 병원에서 자살했거나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들은 병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인민해방군 총병원, 일명 ‘301병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병원은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 전담 병원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지난 4월 26일 사망한 왕사오쥔(王少軍) 중앙경위국 국장의 공식 사망 소식이 7월에야 발표된 사실을 언급하며 공식 사망 발표가 없는 친강도 비슷한 운명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폴리티코는 고속 승진 후 영락한 친강의 외교관 이력과 스캔들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푸샤오톈(傅曉田) 홍콩 피닉스TV 앵커와의 불륜, 두 사람 사이에서 출생한 미국 시민권자 아들 문제도 포함됐다. 중국 프로파간다 기구들은 사생아가 친강의 숙청 이유라고 강하게 암시했다. 기사는 “해당 스캔들은 인터넷 검열이 엄격한 중국 당국의 통제 속에서도 온라인상에 널리 유포됐다”며 이는 중국 당국의 공식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매체는 푸샤오톈이 평범한 기자가 아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는 푸샤오톈은 전통적인 영국 정보기관 정보요원의 요람인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10여 년 전 홍콩 피닉스TV 런던 특파원 시절, 당시 주(駐)영국 중국대사관 공사였던 친강을 처음 만났다. 2016년, 푸샤오톈의 모교 케임브리지대학 처칠칼리지에는 푸샤오톈의 이름을 딴 정원이 만들어졌다. 앞서 그는 케임브리지대학에 25만 파운드(약 4억2000만원)를 기부했다. 친강 실종 전, 푸샤오톈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그를 아이 아빠라고 지칭했다. 그러다 지난 4월, 정부 전세기기로 추정되는 개인 제트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간 후 푸샤오톈은 소식이 끊겼다. 

더하여 폴리티코는 “친강 사건은 이후의 중국 로켓군 숙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매체는 중국 고관들과 접촉한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친강이 돌연 실종된 이유는 국방부장과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로켓군 지휘부 장성들이 연루된 심각한 스캔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친강이 실종됐을 무렵에 인민해방군 로켓군의 리위차오(李玉超) 사령관, 류광빈(劉光斌) 부사령관, 장전중(張振中) 전 부사령관도 실종됐다.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기타 전현직 로켓군 고위 장성들도 구금됐으며, 전직 부사령관 중 최소 한 명이 원인 미상의 질병으로 사망했다. 실종된 로켓군 지휘관들은 결국 공식 해임되고 해·공군 출신 장성으로 대체됐다. 로켓군 고위 지휘관들은 내부에서 승진 해온 관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조치였다. 로켓군 지휘부 공식 숙청이 알려진 직후, 올해 3월 시진핑이 국방부장으로 임명한 리상푸도 실종됐다 10월 말 공식 해임됐다.

폴리티코는 이상 사실을 언급하며 “시진핑이 정적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외교 부문과 국방 분야 고위 관리들이 실각하는 것은 베이징의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신호이다. 2012년 집권 후 시진핑은 지속적인 숙청을 통해 관리 수백만 명을 제거했다. ‘시황제’의 조정은 부패의 온상이었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스탈린식 숙청이 중국의 비밀스러운 정치 시스템을 강타하고 있고, 이는 세계 정세와 평화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실종되기 몇 달 전 발탁돼 승진한, 시진핑의 충성파로 분류되는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의 실종과 해임은 두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장성들과 금융 감독 부문 고위 관리들도 숙청 대상이다. 시진핑의 측근 중 몇 사람도 구금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폴리티코의 ‘또 다른 불길한 징후’에 대한 분석이다. 

올해 3월 은퇴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전 중국 공산당 의전 서열 2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지난 10월 상하이의 한 수영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시진핑은 대중의 공개 애도와 조문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다수 중국인은 ‘수영장 심장마비사’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분노하게 한 러시아 관리들의 ‘창문 추락사’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2년 집권 후 시진핑은 이른바 ‘호랑이’부터 ‘파리’까지 수백만 명의 공직자를 제거했다. 시진핑의 표현을 빌리자면 호랑이는 고관, 파리는 하급 관리이다. 

오늘날 벌어지는 현상과 두드러진 차이점은 숙청 대상이 부패 관리나 반대파가 아니라 시진핑 파벌 내에서도 충성파로 분류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권 안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국의 수도 베이징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고립되고 편집증적인 성향의 시진핑이 오판해 약한 이웃 국가, 즉 대만과 무력 충돌을 일으키거나 전면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긴장된 분위기는 올해 여름 빌 번즈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중국 내 첩보 네트워크 재구축에 진전이 있다. 중국 내 휴민트(HUMINT), 즉 인적 정보 수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더 고조됐다. 시진핑의 편집증은 관료 기구와 경제 각 방면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나치게 서구화됐거나 ‘서방의 적대 세력’과 지나치게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하는 한 중국 금융 부문 고위 관리는 “더 이상 중국 외 행사에 참석하거나 전화로 의견을 개진할 수 없다”고 이메일을 통해 폴리티코에 전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부패 혐의로 면직된 고급 재무 관료 수십 명중 하나다. 그의 한 동료는 “해당 관리는 미국과 지나치게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로 현재 스파이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최창근 기자가 이 기사의 작성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