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방 사회 침투해 자유 뺏고 있어” 위구르족 활동가

얀 예켈렉(Jan Jekielek)
2023년 09월 27일 오후 5:22 업데이트: 2023년 09월 27일 오후 7:31

위구르족 출신 미국 활동가가 “중국공산당을 막지 못한다면 오늘날 중국에서 위구르족이 겪고 있는 모든 일이 전 세계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방영된 영문 에포크TV 시사 프로그램 ‘미국의 사상 리더들’에 미국에 거주 중인 위구르 인권 활동가 루샨 아바스가 출연해 인터뷰에 응했다.

아바스는 30년도 더 전인 1989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며 현재는 미국 시민권자다. 과거 사업 경영진이었던 아바스는 중국공산당의 위구르족 학살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 서부 신장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집단 학살 및 탄압을 자행해 왔다. 위구르족 여성들은 강제 불임시술을 당하고 있다. 또 약 100만 명의 어린이가 가족과 강제로 헤어지고 있다. 유엔(UN)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공산당의 대량 구금, 강제 노동, 강제 불임시술, 아동 납치 및 고문 사실을 확인했다.

아바스는 “2017년 기준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기타 소수민족이 강제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바스의 시댁 식구들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시부모, 남편의 네 형제자매와 배우자, 14명에 이르는 조카들까지 함께 실종됐다.

아바스가 유튜브를 통해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강제 납치를 폭로한 이후, 아바스의 친언니와 이모가 같은 날 동시에 실종됐다.

아바스는 “중국 정부가 나를 협박하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언니가 감옥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지만, 동시에 나 자신, 가족,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도 안다”면서 “그것은 바로 세상의 자유, 민주주의다”라고 전했다.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유도 자유 때문이었다.

아바스가 중국공산당의 반인륜 범죄를 폭로하게 된 동기는 바로 이 같은 자유 세계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아바스는 “가해자(중국)는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모두는 침묵하기로 결정했다”고 표현했다.

“외면을 선택한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국가의 주권, 나아가 자유 세계의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 지금 중국공산당을 막지 못하면 세상의 자유는 사라질 것이고, 이러한 세상을 직면하는 이들은 바로 외면하기로 한 사람들의 자녀와 손주들일 것이다.”

지난 2021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서 루샨 아바스가 중국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친자매의 사진을 들고 있다.|Timothy Clary/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회유정책

지난 2001년 미국은 중국에 최혜국 지위를 부여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경제는 급성장했다. 바꿔 말해 중국공산당은 세계 최대 독재 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자금과 영향력을 얻었다.

아바스는 “중국공산당에 모든 종류의 특권이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아바스는 미 당국 관계자들에게 중국공산당을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을 미국이 제공한다 하더라도 중국 사회가 더 개방되거나 자유로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파룬궁 박해가 이를 방증한다. 아바스는 에포크TV에 “오늘날에도 중국 정부의 대량 학살을 보여주는 문서가 연이어 유출되고 있으며, 강제 수용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피해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바스는 과거 중국의 파룬궁 박해가 처음 알려졌을 때 미국이 중국공산당에 책임을 묻는 대신 보상과 회유를 선택한 대응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박해와 탄압은 이제 파룬궁에 그치지 않는다. 파룬궁 수련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강제 장기적출은 현재 위구르족에게도 자행되고 있다.

아바스는 “중국공산당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산당에 완전히 복종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파룬궁 수련자와 위구르족을 일반 시민과 다르게 간주하고 탄압하는 것도 이런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아바스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당의 문화 밖의 생활 방식(종교적 배경, 다른 언어, 다른 문화)을 가진 사람들을 ‘정상’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8년 추이톈카이 당시 주미 중국대사는 위구르족에 대해 “우리는 그들을 재교육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아바스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량 학살 정권인 중국공산당을 계속 달래고만 있다”고 말했다.

누구도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다

정보화 시대에 살면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바스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대해 몰랐다고 말하던 일부 사람의 주장에 현 상황을 비유했다.

아바스는 “더는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의 범죄가 중국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도 문제다.

중국공산당은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 박해를 확대하며 다른 국가의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다른 지역에 자국의 경찰서를 불법으로 확장 설치하는 중이다.

아바스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이런 짓을 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이 ‘웃는 얼굴’을 한 채 ‘돈 가방’을 들고 전 세계에 침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등이 그 예다.

“중국은 세계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만큼 강해지고 있다.”

중국 신장 자치구에서 한 위구르족 소년이 집안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Peter Park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위구르족 인질극

“해외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은 모두 중국 신장에 가족을 두고 온다. 중국공산당은 고국에 있는 가족을 인질로 삼아 해외에 있는 위구르족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게 아바스의 설명이다.

아바스에 따르면, 중국 영사관 직원이 직접 해외 거주 위구르인에게 전화를 걸어 “고국에 있는 부모를 만나고 싶으면 (중국에서 자행되는 집단 학살에 대해) 입 밖에 내지 말라”고 말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중국공산당을 두려워하게 되고 가족을 걱정한다.

지난 2019년 일본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위구르족 여성 미흐레이 에르킨은 중국공산당의 협박을 받은 부모의 설득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귀국한 에르킨은 중국공산당에 체포돼 구금됐으며, 몇 달 후 구금 중 사망했다.

또 아바스의 남편은 올 초 부친의 사망 소식을 건너 전해 들었다. 아바스의 남편이 가족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6년 전인 2017년이었다. 중국공산당은 위구르족 박해 방법 중 하나로 가족과의 연락 차단을 이용한다.

서방 사회의 미래

아바스는 학살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분류부터 차별, 이후 이어지는 최종적인 범죄와 이에 대한 부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들이라는 의미다.

중국공산당은 먼저 한 집단에 라벨을 붙이고 악마화한다. 그들의 문화, 민족 또는 신념에 낙인을 찍는다. 그런 다음 허위 정보와 선전을 사용해 해당 집단을 향한 사회의 증오심을 조성한다. 아바스는 “예를 들어 위구르족의 경우 후진적이고 미개하며 범죄자라고 낙인이 찍혔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이 만들어 낸 허위 정보는 중국 국경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바스가 불법 구금된 자매의 사진을 들고 중국 대사관, 유엔 본부, 유럽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중국공산당 언론은 아바스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훔쳐서 자매라고 거짓말을 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아바스의 언니인 굴샨 아바스의 이름을 거론하며 “아바스는 기소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수법은 위구르족뿐만 아니라 파룬궁 수련자, 티베트인, 홍콩인 등 모든 소수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바스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 중국에 책임을 묻고 이러한 행위를 끝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범죄는 계속되며 나아가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의 위구르족을 보라. 보면서 세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위구르족이 오늘 직면하고 있는 모든 것이 전 세계의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후회만 남을 것이다.”

해외로 확산하는 억압

아바스는 때때로 자신이 미국에 있는지 중국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 홍콩인, 천안문 시위 운동가와 함께 패널로 초대받았을 때다. 아바스는 행사 장소에 도착한 뒤에야 패널 초대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바스는 “아마 중국 학생회가 항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학만이 아니다. 미국 언론 또한 중국의 반인륜 범죄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는다.

얼마 전, 중국 신장 지역에서 미국으로 머리카락 13톤이 수입됐다. 머리카락은 국경에서 압수됐다.

아바스는 “그게 몇 명의 머리카락이겠느냐”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주요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뤄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어디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아바스는 중국공산당은 5년, 10년, 심지어는 100년 단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서방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아바스는 미국이 중국을 달래는 것으로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세기가 중국에 굴욕의 세기였다면 금세기는 보복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바스는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인, 홍콩인,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서방에 대한 보복, 민주주의에 대한 보복이다”라고 경고했다.

다행인 점은 이제 막 전 세계가 중국공산당의 대량 학살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이다.

“나는 1989년에 고향을 떠났다. 부모님의 곁을, 친구들의 곁을, 집을 떠났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찾아 떠났다.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중국공산당에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막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