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군제, 경기 침체 분위기에 조용히 마무리…저가 위주 쇼핑

강우찬
2023년 11월 13일 오후 12:07 업데이트: 2023년 11월 13일 오후 12:07

업계 “할인에 할인”, 언론 “소비 회복” 띄우기에도
SNS에서는 소비자들 “안 사는 게 100% 할인” 차분

중국의 연중 최대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가 역대 가장 조용했다는 평가 속에서 종료됐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으로 분석됐다.

업계 1, 2위인 알리바바와 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12일 올해 광군제 기간(10월24일~11월11일) 자사 쇼핑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기간 타오바오, 티몰의 총매출(GMV), 참여 가맹점수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고, 티몰은 행사기간 방문자 수가 8억 명을 기록하고 거래 금액이 1억 위안(180억 원)을 넘긴 브랜드 숫자가 402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징둥은 60여 개 브랜드가 매출 10억 위안(약 1800억 원) 이상을 기록했고 약 2만 개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징둥은 일부 높은 매출을 기록한 업체들의 숫자를 공개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거래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다. 두 회사가 자세한 매출을 비공개한 것은 코로나 확산에 이은 경기 침체로 광군제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년째다.

광군제는 ‘싱글의 날’이라는 뜻으로 11월 11일에 4개의 1자가 들어가면서 붙여졌다. 혼자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의미에서다. 2000년대 후반, 쇼핑몰 업체들이 이날을 마케팅에 이용하면서 이후 중국판 블랙프라이 데이 같은 대대적인 온라인 쇼핑몰 할인 행사가 열리는 날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올해 광군제는 업체들의 ‘최저가’ 공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중국 4대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왕이(netease)’에 실린 광군제 관련 광고들을 살펴보면 ‘가격 인하에 가격 인하를 거듭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인터넷 최저가’, ‘50% 할인’, ‘1위안(약 181원)부터’ 등 파격적인 초저가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 문구로 뒤덮였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광군제 절정기인 11월 11일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폭증하고 있다’며 “소비 회복”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으나, 경기 둔화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중국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광군제 시작 전부터 ‘소비를 줄이자’, ‘사지 않으면 100% 할인’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광군제 기간에는 “올해 쓴 돈은 지난해 3분의 1 수준”,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았다”라며 소비 자제를 알리는 글이 이어졌다. “광군제 전에 미리 가격을 올려놓기 때문에 세일이 들어가도 실제로는 원래와 별 차이 없는 가격”이라며 현혹성 광고에 속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미국 대형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광군제를 앞둔 지난 7일 소비자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소비자 77%가 구매를 자제하고 소비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경제 분석회사 VO2아시아퍼시픽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으며 소비 42%는 일상생활 필수품목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