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美 기업 임원 두 달째 출국금지…기업 불안감 커져

한동훈
2023년 10월 3일 오전 11:29 업데이트: 2023년 10월 3일 오후 12:53

미 컨설팅업체 홍콩시민권자 이사, 본토서 출국금지
올해 민츠그룹, 베인앤드컴퍼니 등 컨설팅업체 조사

최근 중국 공산당의 외국 기업 임원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업체 크롤의 홍콩법인 임원인 마이클 챈이 두 달째 중국 본토에서 출국 금지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7월 중국에 입국한 챈이 최근 회사 측에 “중국을 떠날 수 없다”고 보고하면서 밝혀졌다. 다만, 챈은 구금되진 않았으며, 현재도 중국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다.

홍콩 시민권자이자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챈은 크롤의 이사로서 기업 리스크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으며 중국 기업의 사기 및 허위 재무보고에 대한 조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롤은 중국에서 기업 조사와 구조조정, 파산 관련 자문을 해왔으며,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챈은 수년 전 담당한 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챈과 크롤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기업, 중국서 압수수색·출국금지 늘어

중국에서는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수사와 임직원 구금 및 출국 금지 조치가 증가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세계 3대 컨설팅업체 중 하나인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비전 등 미국 기업의 중국지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와 압수수색이 줄줄이 이어졌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캡비전의 중국 사무소 여러 곳이 국가안전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공안이 아니라 국가안전부가 나선 것은 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압수수색은 상하이 본부와 베이징, 쑤저우, 선전 등 4개 도시 사무소를 대상으로 동시에 이뤄졌으며, 중국 관영 CCTV는 간판 고발프로그램 ‘초점방담(焦點放談)’을 통해 국유기업 직원들이 캡비전에 매수돼 국가기밀을 넘겼다가 당국에 체포된 사례를 집중보도했다.

앞서 4월에는 중국 공안당국이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지사를 급습해 직원들을 심문했다. 베인 측은 “중국 당국에 적절하게 협조하고 있다”는 짤막한 서면 성명을 발표하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지난 3월에는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가 공안당국의 급습을 받았고 중국인 직원 5명이 연행된 후 폐쇄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 회사가 불법 사업 운영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츠그룹은 신장 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에 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최근인 9월에는 국제적 영향력을 지닌 노무라그룹의 홍콩 현지법인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중국지역 투자은행 부문 회장 찰스 왕(왕중허·王仲何)이 출국 금지를 당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미 상공회의소 “기업 40% 중국 투자 재평가”

중국 당국의 습격을 받은 이들 기업은 금융 분야 혹은 컨설팅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업체는 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기업들이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는지 조사한 후 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에게 제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의 각종 내부 자료에 접근하거나 입수하게 된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중국에서의 비즈니스가 품고 있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더 크게 각인시켰다.

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40%의 기업이 중국 투자 계획을 재평가하거나 계획하고 있으며, 19%는 향후 1~3년 이내에 중국에서 부분적으로 사업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정부와 인권단체들은 당국의 출국 금지가 일종의 인권 탄압이며 그 배후에는 정권에 반대되거나 불리한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압력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 컨설팅업체들이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습득한 실제 정보를 공개하거나 외부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동시에 중국 경제에 불리한 평가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홍콩법인 회장이 출국 금지된 노무라그룹은 최근 중국 경제를 향해 냉정한 부정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전문기자 장팅은 “중국 공산당의 최근 행보, 특히 외국 기업의 출국 금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의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의 중국 투자 재검토를 초래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