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3년 구금됐다 풀려난 호주 언론인 “중국 여행 조심하라” 경고

닉 스펜서(Nick Spencer)
2023년 11월 29일 오후 6:26 업데이트: 2023년 11월 29일 오후 9:40

중국에서 간첩으로 몰려 3년여간 구금됐다 풀려난 호주 언론인이 중국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을 향해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호주 ABC방송 주간 시사 프로그램 ‘큐앤에이’에 출연한 전직 앵커 출신의 청레이(48) 씨는 중국 방문을 계획 중인 예비 여행객들에게 “급변하는 외교 및 정치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청 씨는 중국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그 행보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청 씨는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안 된다. 중국에 가기 전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국적 전직 중국 관영 방송국 앵커 청레이|Australia Global Alumni-Australian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Handout via Reuters/연합뉴스

3년간의 수감 생활

중국계 호주인 청 씨는 대학 졸업 후 여러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은 끝에 지난 2012년부터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영어방송 채널인 CGTN의 앵커 겸 기자로 활동해 왔다.

그러던 2020년 8월 13일, 청 씨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활동을 한 혐의로 자택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연행됐다. 이듬해 ‘국가 기밀을 외국에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로 정식 구속됐으며, 주중 호주 대사 등의 참석을 금지한 비공개 재판을 거친 뒤 중국 교도소로 이송돼 수감 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은 청 씨의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호주와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청 씨의 억류 사건이 발생했다며 중국이 이른바 ‘인질 외교’라는 악수를 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2018년 중국은 캐나다와 외교적 냉각기를 맞이하면서 당시 중국에 체류 중이던 캐나다인 사업가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징역 2년 11개월을 선고받은 청 씨는 지난달 11일 형을 다 채운 뒤에야 만기 출소, 호주로 돌아왔다.

과연 청 씨가 저지른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청 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당시 중국 당국이 내린 엠바고(취재 내용의 보도 시기를 일정 기간 미루는 행위)가 걸려 있던 중국 공산당 정권의 브리핑 자료를 공식 발표보다 불과 몇 분 먼저 외부에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무해해 보이는 것, 아무런 잘못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많은 것들이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편, 현재 중국에는 청 씨와 마찬가지로 중국계 호주인인 작가 양헝쥔이 무려 5년 가까이 억류 중이다. 양 씨 가족들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양 씨도 청 씨처럼 석방되는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며 양 씨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