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인도·베트남으로 눈 돌리는 日 기업” 일본국제협력은행

정향매
2023년 12월 19일 오후 11:42 업데이트: 2023년 12월 20일 오전 9:06

일본은 지난 40년간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고, 해외 진출 일본 기업의 절반 이상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 악화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외면하고 인도,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100% 출자한 금융기관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은 지난 14일 ‘2023 일본 기업 해외사업 전개 현황 및 전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보고서). JBIC는 지난 1989년부터 매년 이 같은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 보고서는 35번째 보고서다. 

올해 조사에는 해외 현지법인 1개 이상 또는 생산 거점 3개 이상을 보유한 일본 기업 534개가 참여했다. 분야별로는 자동차(19.3%), 화학(16.9%), 전기·전자(13.9%), 일반기계(11.8%)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해당한다. 

조사에 참여한 일본 기업 중 다수는 중국(73.9%), 태국(49%), 미국(38.9%)에 제품을 생산하는 현지법인 1개 이상을 두고 있다. 베트남, 인도에 현지법인을 소유한 기업은 각각 24.6%, 23.5%였다.     

조사 결과 향후 3년 내 투자하고 싶은 국가·지역으로 인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조사에 응한 기업 중 48.%가 인도를 선택했다. 인도의 득표율은 지난해보다 8.3%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4위였던 베트남은 올해 1.2%p 증가한 득표율로 2위로 등극했다. 

미래 3년 내 일본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국가·지역 순위 |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보고서 캡처, 에포크타임스 편집

반면 중국은 인도와 80표 격차로 3위로 꼽혔다. 중국의 득표율은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14년 후 처음 3위로 떨어졌다. 미국도 지난해 3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보고서는 인도가 높은 시장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받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득표율 증가는 중국을 선택했던 일부 기업이 임금이 저렴한 베트남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했다. 미국 시장은 호평받고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인해 투자 선호도 순위가 하락했다. 

인도는 50.5% 득표율로 향후 10년 내 투자하고 싶은 국가·지역 1위로 뽑혔고, 베트남과 미국이 2,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조사 결과에 비해 12.4%p 감소한 24.3% 득표율로 4위로 꼽혔다. 

JBIC 통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대중국 투자 기대치는 1992~2023년 몇 차례 바뀌었다. 1992~2012년 중국은 평균 70%의 득표율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 국가였다. 중국의 득표율은 2003년 93.1%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하더니 2021년에는 40% 미만으로 떨아졌다. 2021년에는 47.6%로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37.1%로 하락했고 올해는 28.4%를 기록했다. 

2021년 JBIC 조사에 따르면 당시 코로나19 확산과 중국 당국의 엄격한 방역정책이 외국 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럼에도 그해 일본 기업의 47.0%는 가장 투자하고 싶은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인도의 득표율은 38.0%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올해 중국(28.4%)과 인도(48.6%)의 득표율은 역전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특표율은 2년 전 인도보다 약 10%p 낮게 집계됐다. 

올해 조사를 담당한 JBIC 관계자는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고 인도의 인구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인도는 내수 확장 잠재력이 크다”며 “일본 기업은 인도 시장에 큰 기대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 정부는 인프라와 투자 환경을 개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이 점차 개선되면 일본 기업이 인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기업이 중국 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로는 △미·중 경쟁으로 인한 양국의 규제 강화 △중국 경기 둔화 △중국 당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미흡 △치열한 가격 경쟁 △인건비 상승 △중국 사법 체계의 투명성 부족 △외환 송금에 대한 엄격한 관리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새로운 ‘반(反)간첩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3개월 후인 10월 중국 당국은 간첩 혐의로 한 일본 제약회사 직원을 체포했다. 해당 사건은 중국 시장의 미래에 대한 중국 내 일본 기업들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중국 당국이 국민에 대한 이른바 ‘애국’ 교육으로 인해 중국인들 사이에는 ‘반일(反日)’ 정서가 만연돼 있다. 역사 문제, 일본 정치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문제 등으로 반일 캠페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일본 정부가 중국 공산당에 대해 점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진출 일본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는 어렵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크고 중국은 기업의 공급 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에서 특정 시장을 개발하며 실적을 쌓아왔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 다수 일본 기업(26.4%)은 “오랫동안 중국에 거주해 왔기 때문에 사업 자산 증가 및 관련 요인으로 인해 사업 이전이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