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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윈 따라가기]신앙의 경계를 뛰어 넘는 ‘文化’

2010년 07월 2일

황량몽, 조밥이 익기도 전에 깨진 꿈


중국 정통문화(正統文化)를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펼쳐보이는 션윈(神韻)예술단.

2008년 션윈(神韻)예술단 공연 중 ‘황량몽(黃梁夢)’이란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은 공명(功名)의 꿈에 취해 있던 한 젊은 서생이 우연히 한 도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도사는 그에게 자신을 따라가 수련(修煉)할 것을 권해보지만 서생의 눈에 수련이란 그저 한가한 일쯤으로만 보인다. 이에 도사는 그를 잠에 빠지게 한 후 꿈속에서 새로운 삶을 펼쳐 보여준다.

서생은 꿈속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부귀와 공명을 이룩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배필로 맞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행복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최후에 탐욕 때문에 불법으로 뇌물을 받아 집을 몰수당하고 목이 잘릴 지경에 처한다. 막 목이 잘리려는 순간 꿈에서 깨어보니 조밥(黃粱)은 뜸도 들지 않았다. 서생은 인생이란 꿈이나 물거품처럼 허망함을 깨닫고 도사를 따라 도를 닦을 결심을 한다.

▲ 요괴를 퇴치하는 여동빈./ 그림=권미영

 

도가(道家)문화의 특징

 

이 작품은 동방 신전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도가(道家)문화의 주요 특징을 잘 반영한다. 도가에서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 하여 근기가 아주 좋은 인재가 아니면 아예 제자로 선택하지 않으며 설사 여러 명의 제자를 거느릴지라도 최후에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진정한 것을 전수한다. 때문에 도가 수련에 대해 일반인들이 접촉하고 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불가(佛家)는 중생을 널리 제도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인연이 있기만 하면 제자로 삼는다. 기독교와 같은 서방 종교도 마찬가지다.

황량몽의 원형은 당나라 소설 침중기

 

현재 중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황량몽 대본은 원(元)나라 때 마치원(馬致遠)이 쓴 동명 작품이다. 그 원형에 해당하는 것은 당대(唐代) 소설 ‘침중기(枕中記)’이다. 팔선(八仙)의 한 명인 여동빈이 한단(邯鄲)의 객점에서 노생(盧生)이란 서생을 만나 부귀공명을 쫓는 인생의 무상함을 일깨운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문화를 언급할 때 흔히 유불도(儒佛道)를 말하지만 보다 높은 관점에서 종합할 때 유가의 문화는 도가로 귀결된다. 때문에 수련계에서는 유불도 삼가(三家)가 아니라 불도(佛道) 양가(兩家)를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유가 문화의 일부분은 세간의 부귀공명을 중시하는 듯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역시 자신의 심성을 도야하고 도(道)를 닦는 것으로 귀결된다.

진정으로 사람을 구도하는 어려움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도가에서는 왜 여러 사람을 선정하지 않고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에게만 도를 전할까. 이 문제에 관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풍몽룡이 지은 ‘성세항언(醒世恒言)’ 중 ‘여동빈이 비검으로 황룡을 베다(?洞??????)’ 편이 있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동빈이 마침내 도를 얻은 후 사부인 종리권에게 물었다.

“사부님께서 도를 이루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종리권이 이미 천백여 년이 넘었다고 하자 여동빈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사부님께서는 지난 천백년 동안 몇 사람이나 구도하셨습니까?”

종리권은 “오직 너 하나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여동빈은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사람을 제도하는데 너무 태만하셨군요. 만약 제게 3년의 시간이 있다면 저는 3천명을 구도해서 데려오겠습니다.”

그러자 종리권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중생 중에는 불충(不忠)하거나 불효(不孝)한 자들이 많다. 불인(不仁)하고 불의(不義)한 중생이 어찌 신선이 될 수 있겠느냐? 네가 삼년 동안 단 한 명이라도 구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온다면 네 공로를 인정해주마.”

이에 여동빈은 사부와 헤어져 3년을 운유(雲遊)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가 만난 사람들은 오성(悟性)이 너무 낮아 깨닫지 못하거나 툭하면 화를 내거나 혹은 도가에 귀의(歸依)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3년이 지났지만 여동빈은 결국 단 한 사람도 제도하지 못했다.

이 일화는 도가에서 사람을 구도하는 어려움과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에게만 도를 전수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불가는 중생을 구도하기 위해 편리한 문을 열어주기는 하지만 역시 인연 있는 사람을 구도할 뿐이다.

조신(調信)의 꿈

 

중국의 ‘황량몽’과 흡사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전해진다.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며 속세의 욕망에 집착하지 말 것을 권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그 원조에 해당하는 것이 조신의 꿈이다. ‘삼국유사’ 권3, 조신조(調信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통일신라 때 세달사(世達寺·후에 흥교사로 바뀜) 장원이 명주(溟州·지금의 강릉)에 있었다. 세달사는 경기도 개풍에 떨어져 본사(本寺)는 특별히 조신(調信)이란 승려를 파견해 장원을 관리케 했는데, 조신은 태수(太守) 김흔공의 딸 김랑에게 한 눈에 반한다.

그는 여러 차례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서 그녀와 인연을 맺게 해달라고 남몰래 빌었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혼처가 생겼다. 조신은 불당에 나가 관음보살이 자기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며 날이 저물도록 울다 지쳐 잠들었다.

조신은 꿈에서 김랑을 보았는데, 그녀는 기쁜 얼굴로 “저도 일찍 스님을 잠깐 뵙고 마음속으로 사랑하며 잠시도 잊지 못했으나, 부모님의 명령을 못 이겨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갔습니다”라며 “지금 부부가 되고자 하여 왔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조신은 이에 기뻐 그녀와 고향에 돌아가 40여 년을 함께 살며 자녀 다섯을 두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을 정도의 가난에 시달려 식구들을 데리고 걸식하다 15세 된 큰 아이가 굶어죽었다. 남은 자식들을 이끌고 우곡현에 이르러 길가에 초가를 짓고 살지만 부부가 모두 병들고 굶주려 일어서지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10살 난 딸아이가 밥을 빌러 나갔다 개에 물려 고통을 호소하자 부부는 목이 메어 눈물이 줄줄 흘렸다. 이에 부인은 더이상 참지 못해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운수가 따르는 것이니 부디 헤어지자 청하고, 조신은 아내의 말에 따라 자식을 둘 씩 데리고 서로 작별하며 길을 떠나려다 꿈에서 깼다.

법당의 타다 남은 등불은 여전히 깜박거리고 있었고 곧 날이 밝으려 했다. 아침이 되자 조신의 수염과 머리털은 모두 하얗게 새어 망연히 세상일에 흥취를 잃었다.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조신은 색(色)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씻고 사재를 털어 정토사(淨土寺)를 세우고 선행에 힘썼다.

종교와 문화의 차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진 종교는 기독교(그리스도교)다. 개신교, 천주교 와 동방정교를 합해 신자수가 20억에 가깝다. 다른 큰 종교의 신도들도 억이 넘는다. 하지만 이런 종교들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배타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한 문파에 속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그 종교에는 엄격한 경계가 있다. 때문에 특정 종교에 속한 사람은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며 설사 장점이 있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종교의 종교의식이나 깨달음의 방법이 달라도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유사점이 있다. 예를 들어 유가에서는 “어진 사람은 남을 사랑한다”고 하고 기독교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등이다. 이외에 성실, 신의, 우애, 관용 및 탐욕, 분노, 어리석음, 색욕 등의 방면에 대한 가르침은 거의 모든 종교에 존재한다.

여기서 종교와는 다른 ‘문화(文化)’ 특유의 현상이 드러나는데, 바로 신앙 경계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를 믿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기독교의 천장벽화를 보거나 찬미시를 들을 때 역시 예술의 정화임을 느낄 수 있다. 기독교 신자나 이슬람교도 불교 예술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작품에서 경건함과 선(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션윈 전세계 순회공연은 문화의 형식을 이용해 서로 다른 신앙배경을 지닌 세계 각국의 관중들과 공명할 수 있다.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동방의 정통문화에 담긴 순선순미(純善純美)한 내포를 느낀다. 인류 보편적 가치가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든 점이 션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꿈에서 깨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교(正敎)는 인생의 무상함을 말하며 불도신(佛道神)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권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는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 황량몽과 조신의 설화도 전자는 도가(道家)의 것이요 후자는 불가(佛家)의 이야기이지만 메시지는 사실 같다. 부질없는 욕망에 휘둘리지 말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 수련에 힘쓰며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글/ 임영철(동아시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