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국방부, 中주식에 투자한 공무원이 가장 많아”

조영이
2022년 10월 13일 오전 9:51 업데이트: 2022년 10월 13일 오전 9:51

미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미국 행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에서 제재 논의 중이던 알리바바에 소속 고위 공무원이 주식 거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데 따르면 2,600명 이상의 미 연방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소유하거나 거래했다.

WSJ는 11일(현지시간) 고위 공무원과 정무직 공무원 12,000명의 ‘재무 자료(2016~2021년)’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 정부 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에 따라 일정 급여 이상을 받는 고위 연방 직원은 소득, 자산 및 대출 등 관련 재무 자료를 매년 제출해야 한다. 한국의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와 흡사하다.

국방부의 경우 트럼프 정부 때부터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쪽으로 정책 중심을 옮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식에 투자한 공무원이 가장 많은 연방 기관 중 하나가 국방부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기업 주식을 거래한 고위 공무원 중에는 국방부 동남아담당 차관보를 지낸 리드 워너와 백악관 사이버보안 수석보좌관을 거쳐 국방부 정보보안 책임자를 지낸 잭 윌머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워너는 2020년 12월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방 차관보로 재직하면서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주식 50,000달러어치(약 7100만원)를 구매했다고 보고했다.

그가 알리바바 주식을 사들인 시기는 국방부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들을 투자 금지 리스트에 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던 때였다. 국방부와 몇몇 주 정부는 재무부에 알리바바를 제재 목록에 추가하도록 요구했고 워너도 관련 회의에 몇 달 동안 참여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13일 재무부가 결국 알리바바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당일 4% 상승했다.

워너는 재무부 발표 사흘 뒤 알리바바 주식을 팔았고 당시 국방부는 알리바바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하는 작업을 재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연방기관 고위공무원 5명 중 1명이 직무 관련 주식 거래

신문은 또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 공무원들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체 주식을 평균 120만(약 17억원)~340만 달러(약48억원)가량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며 “이 중에는 블랙리스트 등록을 검토 중이던 중국기업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국무부, 백악관 관리들도 알리바바, 바이두, 시노펙 등 중국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노펙의 경우 중국석유화학공사 소유다. 이 공사는 중국 공산당 특별위원회인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신문은 국방부와 백악관에서 드러난 명백한 이해충돌은 공무원들이 소속 부서의 임무에 반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거래하는 패턴 중 일부라고 짚었다.

신문에 따르면 국방부(DoD), 환경보호청(EPA), 연방거래위원회(SEC),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등 50개 미 연방기관 소속 고위 공무원 20% 이상이 소속 부처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는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담당 부처에 활발한 로비를 펼치고 있었다.

“연방 공무원은 국민 일상과 밀접한 사안에 막대한 영향력…국민 신뢰 지켜야”

환경보호청(EPA)의 경우 고위 관리가 석유 및 가스 주식을 거래하거나, 식품의약국(FDA) 직원이 구매 금지 목록에 명시한 주식을 소유하는 등 연방 공무원이 직무와 이해가 상충하는 기업들에 투자했다.

신문에 따르면 해당 연방 기관들은 소속 직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에 투자했을 경우 징계해야 하는 규정을 때때로 무시했다. 또한 연방 공무원이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든 몇 가지 예외 조항을 적용해 승인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번 조사의 일환으로 국토부와 같은 각 연방 부처에 수천 개의 기록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받지 못했으며 일부 부처는 공개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이해충돌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의 전 법률 고문 돈 폭스는 “연방 기관 공무원은 공중 보건 및 식품 안전, 외교 관계 및 무역 규제와 같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많은 사례(신문이 보도한)는 정부의 청렴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지키려는 법과 정신을 분명히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