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中, 코로나 방역 빌미로 美외교관 격리하고 학대”

조영이 인턴기자
2022년 10월 26일 오후 10:10 업데이트: 2022년 10월 26일 오후 10:10

중국 정부가 ‘코로나 제로’ 정책을 앞세워 주중 미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비위생적인 환경에 격리하는 등 폭력적인 처우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련 내용은 미국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지난 2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부당한 처우를 국무부 고위 관리에게 내부 메모, 이메일 등으로 전달한 것으로, 최근 이 정보를 공유한 미 의회 관계자가 공개해 기사화됐다.

신문은 미 정부가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자 실망한 국무부 직원들이 의회에 알렸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을 전한 의회 관계자는 “미 정부는 2020년 가을 이후 중국으로 파견된 미국 외교관 가운데 30여 명이 방역을 이유로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고 지저분한 방에 몇 주 동안 갇혀 있었던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외교관들은 불필요한 신체검사를 여러 번 받았으며 함께 간 가족과 몇 달 동안 떨어져 지내도록 강요받았다”며 “중국 정부는 ‘건강코드 앱’을 통해 그들을 감시·통제했다”고 전했다.

中, ‘외교관의 신체에 대한 자유’ 요구한 美 요청 거절

앞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초 중국에 근무하던 외교관과 그 가족 약 1,300명을 대피시켰다. 2020년 7월 27일 국무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외로 파견한 자국 관리와 가족이 외국 공무원으로부터 검사를 받거나 외국 정부가 통제하는 시설에 격리될 경우 해당 국가로의 여행(근무)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교 채널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지침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2020년 9월 미국 정부는 ‘외교관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불가침 원칙의 제한적 포기’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미국 외교관에 대한 검역을 가능토록 했으며 감염병 테스트도 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정부의 서명에 따라 중국 정부는 미국 외교관에 대해 14일간의 검역(격리)을 시행할 수 있게 됐고, PCR 검사를 3번(미국 출발 전 1회, 공항 도착 시 1회, 격리 13일 차 1회) 요구할 수 있게 됐으며, 양성 반응을 보인 외교관은 회복될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 머무르게 할 수 있었다.

“외교관들, 곰팡이 피고 쇠창살 쳐진 시설에 갇혀”

국무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하지만 미국과의 약속을 어겼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2022년 1월 7일 중국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중국 주재 공관장 권한대행에게 보낸 97쪽 분량의 문서를 보면,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정부가 운영하는’ 호텔로 의심되는 두 개의 숙소 중 한 곳에 격리되었다고 말했다.

문서는 2021년 7월 24일부터 9월 25일까지 중국 선별 진료소에 미국 외교관 159명이 격리되었다고 밝혔다. 비강·혈액 검사를 받은 가족의 사례, 선별진료소와 격리소에서 69일을 보낸 가족의 사례 등이 적혀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성인과 14세 이상의 어린이는 방에 혼자 있어야 했으며, 격리로 인해 10대 청소년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례도 있었다. 외교관과 그의 가족들은 감시를 받았고 중국이 그들의 정보와 DNA를 수집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격리된 경험이 있는 외교관과 그 가족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 호텔의 상태는 몇 달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곰팡이가 필 만큼 비위생적인 방이었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또한 “중국 직원이 감염병 검사를 관리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의 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미 외교관들을 희롱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염병 테스트 결과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도 있다.

중국 도착 당시 음성 판정을 받은 수많은 사람이 격리 기간에 갑자기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최근까지 중국 당국은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병원이 아닌 ‘진료소’로 이송했다.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진료소 격리 시설은 작고 더러운 방이었으며 일부는 개조된 화물 컨테이너였다. 문은 잠겨 있고 창문은 쇠창살이 쳐져 있었다.

“어린이 PCR 검사에 어른용 면봉 사용…상처 꿰메는데 12시간 걸려”

진료소에 도착한 사람은 PCR검사를 받고, 침·소변·대변 샘플을 제공해야 했으며 심전도 검사와 CT 촬영도 해야 했다. 어린이에게도 성인용 비강 면봉을 사용해 PCR 검사를 했다. 때문에 코피를 흘린 아동들도 나왔다. 많은 사람이 강제로 반복적인 검사를 받았으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지속적인 외상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시설에는 비누, 화장지, 수건도 없었으며 옷을 세탁할 수도 없었고 식수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음식은 최소한만 제공받아 수감자들은 체중이 현저히 감소했다. 신문은 “당시 격리된 미국인들은 코로나 음성 테스트를 받으려면 전적으로 중국 측의 자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격리된 외교관들은 긴급 치료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두 살 아이가 테이블에서 떨어져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진료소는 격리자 치료를 거부했고, 개인 병원을 찾아 상처를 꿰매는 데 12시간이 걸렸다. 또 다른 외교관은 격리 중 복통을 호소했지만 치료받지 못했고 격리 해제 후 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외교관과 가족들은 또한 중국 정부의 ‘건강코드 앱’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으며 ‘녹색(정상)’을 인증받아야만 이동할 수 있었다.

2022년 7월 미 국무부는 중국 주재원들에게 보낸 전보에서 외교관의 건강 코드가 적색(이동금지)으로 바뀌는 것은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상황을 해결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건강코드 앱’으로 외교관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추가 검역을 위해 밀접 접촉의 정의를 변경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 “美정부, 자국 외교관 학대당하는데도 방관”

신문은 이 같은 이유로 수많은 미국 외교관들이 중국에서의 임무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입수한 문서나 전보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정부는 외교관들이 중국에서 겪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예상되는 위험을 직원들에게 알리거나 대비하지 못했고 격리자들을 지원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측은 이와 관련해 “문제는 해결했다” 며 “올해 3월 이후 609명의 미국 외교관과 가족이 중국에 도착했으며 아무도 격리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고 입원을 막기 위해 3명은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올해 3월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다” 며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전략적 우선순위지만 이를 위해 미국 외교관을 희생시키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상원 외교위원인 제임스 리쉬 의원은 지난 4월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정부의 미국 외교관 학대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행동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외교관의 인권을 잠재적으로 침해하고 심각한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