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짜뉴스 바로잡혔다”…WP·NYT “獨, 미국이 마스크 해적질 주장 철회”

'가로채기설' 주장했던 독일 정치인, 사과 없이 "마스크 새로 보내준 중국에 감사"

에바 푸
2020년 04월 8일 오후 2:25 업데이트: 2020년 05월 28일 오전 10:01

미국이 독일행 마스크 20만 장을 해적질했다는 독일 정치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워싱턴포스트(WP)은 독일 베를린시의 안드레아스 가이젤 내무장관이 전날 한 발언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뒤인 5일 뉴욕타임스 역시 같은 내용을 전했다.

지난 3일 독일 좌익정당 소속인 가이젤 장관은 “미국 기업이 태국 방콕에서 3M 마스크 20만 장을 몰수해 미국에 보냈다”며 미국 기업의 배후로 미국 정부가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가이젤 장관은 “미국이 현대판 해적질을 벌였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이런 주장은 독일과 미국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됐다. 보도는 가이젤이 발언을 철회하고서야 그쳤다.

그러나 마스크 20만장을 미국으로 보낸 건 미국이 아니라 독일 기업이었다.

가이젤 장관은 4일 트위터에 “(미국 발송은) 독일 기업이 한 일”이라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공급망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마스크 제조사인 3M에서도 하루 늦게 “허위 보도를 바로잡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3M측은 5일 “3M 제품이 압류됐다는 증거가 없다. 중국 공장에 베를린에 보낼 마스크를 주문한 기록도 없다. 이 보도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사기와 연루됐을 가능성을 독일 당국에 문의했다”고 밝혔다.

태국 주재 미국 대사관 역시 “미국은 독일로 향하는 3M 물자를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대사관 대변인은 4일 로이터 통신에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정보를 유포해 국제사회의 방역 노력을 분열시키려는 행태가 기승을 부린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5일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해적질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독일이 미국이 가로챘다는 주장을 철회했다는 WP 보도가 전해지자 “가짜뉴스가 바로 잡혔다”며 해당 뉴스를 리트윗했다.

“미국이 빼돌렸다” 주장 고수

그러나 가이젤 장관은 ‘미국 기업이 압류했다’는 발언을 철회하고도 미국 관련성을 계속 제기했다.

그는 6일 독일 ZDF와 인터뷰에서 “몰수”와 “현대판 해적질”이라는 표현을 쓰며 미국 당국이 어떻게든 관련됐으리라는 암시를 흘렸다. 다만,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는 “우리는 마스크를 20만개 주문하고 값을 치렀다”며 “마스크가 몰수됐는지, 취소됐다가 미국으로 배송됐는지, 누가 미국을 빼돌렸는지 어쨌든 우리가 주문한 물건이 미국으로 갔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베를린시 정부가 마스크 조달을 위해 노력한 결과, 고맙게도 중국으로부터 새 마스크를 배송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잘못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계속 미국을 손가락질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가이젤 장관은 “어쨌든 마스크가 미국으로 빼돌려진 것은 사실”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