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아프리카 제외 29개국 1천명…추적 강화 요청”

한동훈
2022년 06월 9일 오후 10:02 업데이트: 2022년 06월 10일 오전 9:45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가 각국의 감염자 추적조사 강화를 요청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각) 정례 기자회견에서 풍토병 지역을 제외한 29개국에서 감염자가 1천 명을 넘어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국제여행객 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다. 2단계는 ‘강화된 예방 조치’를 권장한다.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이라는 1단계보다 높지만,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3단계보다는 낮다.

WHO와 CDC는 감염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씻기 등 예방 조치를 강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초기 확산 이후 영국과 스페인 등에서 추가 감염 사례가 확인됐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원숭이두창에 걸리면 첫 단계에서는 피부 발진, 발열 혹은 오한, 림프샘이 붓는 현상, 요통, 근육통,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얼굴, 다리에서 시작된 발진이 손, 발, 입, 생식기 등으로 퍼지며 온몸에 수포가 생긴다.

감염자는 2~4주 증상을 나타내다가 수주 만에 회복되지만 중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치사율은 3~6% 정도로 나타나지만 최고 10%에 이르기도 한다. 잠복기는 보통 7~14일이지만 짧게는 5일, 길게는 21일까지 나타난다.

주요 감염 경로는 밀접 접촉 감염이나 비말 감염으로 알려져 있다. 미 CDC는 확진자의 체액이나 호흡기 비말과의 접촉을 피하고, 확진자가 사용한 의류나 침구 등도 만지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확산 초기에는 동성애자 혹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중심으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성 관련 질병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CDC에 따르면 감염자와 같은 가구에 거주했던 사람에게서도 감염이 확인됐다.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경로에 대해서는 스페인, 벨기에에서 열린 광란의 파티에서의 성적 혹은 밀접 접촉이 가장 유력한 가설로 지목된다. 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대 교수는 AP통신에 밝힌 내용이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8일부터 원숭이두창을 제2급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 시 24시간 내에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격리와 치료가 의무화된다.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약 85%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천연두 백신 3502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으며, 원숭이두창 예방효과가 입증된 3세대 천연두 백신 도입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