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무총장, 개인적으론 실험실 유출설 믿어” 英 매체

강우찬
2022년 06월 21일 오후 12:32 업데이트: 2022년 06월 21일 오후 12:32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영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한 유럽 정치인에게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괴멸적인 사고가 있었다는 게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라고 털어놨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노골적으로 중국을 편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태 초반,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바이러스 확산을 감추고 위험성을 축소하는 사이, WHO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대응을 두둔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도 늑장 선포했다.

서구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우한에 위치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이 연구소 연구원 스정리 박사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의 1인자로 별명이 ‘배트우먼’이다.

작년 8월 미 의회 공화당 조사팀 보고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전자 조작됐으며,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대량의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WHO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는 행보를 보였다. WHO ‘코로나 기원 조사팀’은 우한 현지 조사 후 작년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작년 7월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에 ‘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더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우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과 코로나19 팬데믹 간의 연관성을 배제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또 “나는 실험실 기술자이자 면역학자로 일하며 실험실 사고가 흔히 일어나는 것을 봐왔다”며 2단계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WHO 조사단의 보고서 발표로 꺼져가던 실험실 유출설의 불씨를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재점화한 것에 중국은 격분했다. 쩡이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부위원장)은 “WHO가 2단계 조사에서 코로나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비과학적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2단계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 과학자 27명이 참여하는 WHO 자문단이 WHO에 제출한 예비보고서가 지난 9일 공개됐다. 자문단은 동물기원 가능성을 크게 봤지만, 중국 측 자료가 누락됐다며 실험실 유출 가능성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동물 기원설에 무게를 두면서도, 중국의 비협조로 조사가 불완전했으며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1단계와 2단계 보고서 사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달라진 행보도 눈길을 끈다. 중국의 방역을 옹호하던 그는 지난 5월 중국의 ‘제로(0) 코로나’ 방역 정책에 “지속 불가능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제로 코로나는 중국 공산당이 정권 체면을 걸고 추진하는 역점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