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내부고발자 “인권기구, 中에 반체제인사 명단 제공…생명 위험에 빠뜨려”

에바 푸
2019년 12월 17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2일

유엔의 인권 문제를 조율하는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가 중국 정부에 인권운동가들의 명단을 넘겨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유엔의 내부고발자가 밝혔다.

유엔 OHCHR 인권담당관 엠마 레일리는 10월 21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의원들과 고위 관리들에게 본인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중국 당국에 반체제 인사들의 명단과 동향을 보고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와 같은 소식은 14일 폭스 뉴스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폭스는 OHCHR가 지난 10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회의 참석자 명단 중에 중국이 지명한 인권 운동가에 대한 정보를 행사 전에 통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OHCHR가 지속해서 중국에 자료를 넘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폭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에 제공된 명단에는 티베트인과 위구르인 인권활동가들이 포함됐으며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시민권 소지자다.

유엔과 OHCHR은 에포크타임스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롤란도 고메즈 유엔인권위원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근거 없는 왜곡된 말이라며 “고등 판무관 사무소는 어떤 경우에도 회의에 참석하는 인권운동가의 이름을 누설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레일리 사무관은 이 고발 건 때문에 보복당했다고 유엔을 비난했다.

“유엔은 명단 유출을 막으려는 조치는 하지 않고, 고발한 나에게 보복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나는 따돌림 당했고, 공개적으로 명예를 훼손당했으며, 직위마저 박탈당해 경력이 엉망이 됐다.”

레일리 사무관은 유엔이 중국의 명단 요청은 승인하면서 터키의 비슷한 요청에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13년부터 유엔에서 중국에 대한 이런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1997년부터 내부고발자를 돕고 있는 비영리 단체 ‘정부 책임 프로젝트(GAP, Government Accountability Project)’에 따르면, 레일리 사무관은 2013년 초, 내부 문서를 통해 반체제 인사들의 명단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레일리 사무관은 중국 유엔대사가 자신과 다른 직원들에게 13명의 인권 운동가의 인권이사회 참석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레일리 사무관은 또한 고위 사무관과 다른 라인의 상사에게도 중국의 압력에 대해 보고했지만, 2016년 아일랜드 정부가 개입하기 전까지 유엔은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레일리 사무관은 아일랜드와 영국의 이중 국적자이다.

GAP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13년 9월 베이징 공항에서 중국 변호사 겸 인권운동가인 차오 순리(曹順利) 실종 사실을 전했다. 차오 씨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네바로 가던 중 실종됐다. 첫 내부 고발이 있은 후 6개월이 지나서 차오 씨는 체포됐으며, 중국에서 6개월간 구금된 채 치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일리 사무관은 내부고발 때문에 승진 차별, 회의 배제, 불리한 업무 평가 등 여러 가지 보복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롤란도 고메즈 유엔인권위원회 대변인의 전면 부인하는 발언에 대해 레일리 사무관은 “유엔이 이 끔찍한 관행을 중단하라는 나의 요청을 계속 거부해 왔다”며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유엔에 와서 인권 유린에 대해 폭로할 때, 이에 대해서 유엔이 중국에 경고하거나 문책하는 일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실 전경. 2019. 6. 26. | AFP=연합뉴스

중국의 유엔 영향력

최근 몇 년 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정권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대표단은 유엔이사회에서 홍콩의 가수이자 인권운동가인 데니스 호가 발언할 때 두 차례 방해했다. 이 자리에서 데니스 호는 홍콩의 활동가들이 투옥되고, 중국의 금서를 판매한 출판업자들이 실종된 일 등을 예로 들며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중국 외교관은 호의 발언을 제지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11월, 8개 비영리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 정권의 비윤리적 관행을 경고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베이징의 인권 기록 검토를 앞두고, 유엔 회원국들의 검토 보고서에서 중국이 최소한 7개의 제출 기록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뉴욕 유엔본부 보안요원들은 저명한 위구르 운동가 돌쿤 이사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유엔 건물에서 추방했다. 이후 2018년 우 홍보 전 유엔 경제사회부 사무차장은 중국 국영방송 CCTV 인터뷰에서 돌쿤의 추방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우 홍보 차장은 “중국 외교관으로서 중국의 국가 주권과 국익에 관한 문제에 대해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신장 서북부 지역의 인권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자 ‘신장의 테러와 극단주의에 대한 싸움’이라고 대응하며, 여전히 1백만 명이 넘는 위구르인과 다른 이슬람 소수자들을 구금하고 있다.

2017년 1월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조연설을 앞두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례 없는 보안 배치를 하며 주차장과 회의실을 폐쇄하고 약 3000명의 직원을 조기 귀국시켰다. 또한 시 주석의 방문에 맞춰 스위스 현지 운동가와 중국 티베트 자치구 출신 망명자 400여 명이 ‘티베트 해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했으나, 32명이 체포되고 무단 집회로 선포됐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테드 피코네 선임연구원은 2018년 보고서에서 “심사숙고하지 않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중국의 경제 발전과 함께 ‘일방 통제’의 권위 체제에 재편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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