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업체들 ‘두뇌 납치’ 기술로 중독성 높여…사용자 피해”

한동훈
2021년 12월 27일 오후 11:41 업데이트: 2021년 12월 28일 오전 10:38

소셜미디어 플랫폼·앱 개발 전문가 “빅테크, 고의로 중독성 탑재”
사용자들, 글 올리고 반응 확인→반응 얻고자 글 게재…무한 루프

네트워크의 세례를 받고 태어난 세대라면, PC통신 시절부터 시작해 자신이 온라인 공간에 올린 게시물 혹은 콘텐츠에 대한 다른 사용자들의 반응에 두근거렸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는지 혹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호기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에 과도하게 집착해 수시로 반응을 확인하고 더 열렬한 반응을 얻는 방법에 골몰하게 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현상이 심각해져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주의와 관심이 소셜미디어 반응에 쏠리는 현상을 일부 전문가들은 ‘두뇌 납치(Brain Hijacking)’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사람의 주의력, 사고능력이 온통 소셜미디어에 납치된다는 의미다.

오늘날 흔히 ‘좋아요’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 반응에 대한 사용자들의 중독 현상이 실제로는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거대 기술기업(Big Tech·빅테크)에 의해 세밀하게 의도적으로 고안된 것이라는 내부자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35년 경력의 기술·통신업계 전문가 렉스 리(Rex Lee)는 빅테크가 사용자를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뇌 납치’의 유해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우려했다.

기업용 앱 개발과 플랫폼 개발분야 전문가인 리는 최근 에포크타임스의 방송 플랫폼인 에포크TV와의 인터뷰에서 “두뇌 납치라는 개념에 대해 들었을 때, SF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바이트댄스(틱톡 개발사) 등이 개발한 소셜미디어 앱이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갖도록 개발됐으며, 두뇌 납치 기술 일부가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 초대 사장을 지낸 숀 파커(Sean Parker)가 2017년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하는 현장을 우연히 참관했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파커는 이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개발과정에 중독성을 일으키는 기술이 의도적으로 사용되며 자신은 이를 ‘사회적 확인 피드백 루프'(social validation feedback loop)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파커는 1990년대 말 등장해 음원 공유 시장을 휩쓸었던 파일 공유 서비스 ‘냅스터’ 공동 개발자다. 페이스북 창업 과정을 그린 영화 ‘소셜미디어’에도 등장한다. 가수 겸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연기한 인물이 바로 션 파커다.

리는 파커가 말한 ‘사회적 확인 피드백 루프’가 두뇌 납치의 핵심 기술이라고 말한다. 루프(loop)는 올가미나 동그라미 모양의 고리를 뜻하며, 거기에서 파생돼 일련의 행동을 종료 없이 무한히 반복하는 현상·행위를 가리키는 단어로도 쓰인다.

리는 “‘사회적 확인 피드백 루프’는 사용자는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엄지 척’을 하거나, 하트를 누르거나, 이모티콘을 달아주는 것과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에포크TV 탐사보도 프로그램 ‘크로스로드’에 출연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 겸 앱 기술개발자 렉스 리(우) | 화면 캡처

사용자들은 이러한 기능을 통해 해당 게시물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나타내거나, 글쓴이를 응원하거나 게시물을 작성한 데 대한 일종의 보상을 주기도 한다. 이는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순기능이다.

하지만, 리는 “사람들이 하루에 최대 150번까지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이런 기능은 소셜미디어와 앱 개발자들이 의도적으로 탑재하는 중독성 요소다. 결국 사용자에게 해악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커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피드백 루프’는 나 같은 해커(hacker)들이 생각해낼 법한 딱 그런 요소”라며 “사람의 심리의 취약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커들이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침투하듯, 빅테크가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해 사람들을 소셜미디어를 수시로 들여다보고 머물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리의 발언은 그가 ‘요즘 애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비판하는 기성세대의 넋두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그는 미국 의회 관련 위원회에 소셜미디어와 앱 개발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전문가로 자주 초청받고 있다.

그는 이런 소셜미디어의 중독성이 10대 청소년에 미치는 폐해를 강조하면서 “아이들에게 팔기 위해 과일향 담배를 만드는 담배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이 올린 게시물 반응을 확인하고, 다시 반응을 얻기 위해 게시물을 올리고, 또다시 반응을 확인하는 피드백 루프에 중독된 청년, 10대 소녀들은 아무런 성취감도 얻지 못한다”며 우울증과 항상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중독은 사이버 괴롭힘과도 연결되기 쉽다. 타인을 괴롭히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엄지 척’을 받은 이들은 더 많은 ‘엄지 척’을 받기 위해 더 많은 괴롭힘을 가하게 된다.

또한 이런 게시물에 ‘엄지 척’을 한 이들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는 아동·청소년의 불안, 자해,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 청년과 어른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10대 소녀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계층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은 1998년 제정한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보호법'(COPPA)을 통해 13세 미만 아동을 주요대상으로 하거나 해당 아동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리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사전 탑재된 18개 기업이 제작한 175개의 앱을 분석해, 해당 앱 개발사의 웹사이트가 아닌 앱 자체에 내장된 사용자 약관에 COPAA 위반 소지가 있는 조항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담뱃갑 안쪽에 경고문이 인쇄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독성을 지닌 앱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해를 가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이사벨 반 부르겐, 조슈아 필립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