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글에 발끈한 中 외교부, 英 대사 초치…어떤 내용이길래

류지윤
2021년 03월 12일 오전 9:45 업데이트: 2021년 03월 12일 오후 12:37

중공 외교부가 지난 9일 캐롤라인 윌슨 주중 영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윌슨 대사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았다. 이 글은 중국이 벌이는 홍콩 내 인권탄압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중공 외교부는 “주중 대사가 공식 플랫폼에 ‘가짜 뉴스’를 유포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중국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격분했다.

앞서 2일 윌슨은 주중 영국대사관 위챗(WeChat) 공식 계정에 ‘외신들은 중국을 미워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에 비판적인 글을 쓰는 외신은,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중국 정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라는 게 이 글의 요점이었다.

윌슨 대사는 “(외신은)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글은 즉각 위챗에 의해 공유가 금지됐다. 차이나데일리, 환구시보 등 중공 선전기관들은 일제히 윌슨 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홍콩 마카오 총영사를 지냈던 윌슨 대사는 자신의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그녀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중공이 문제 삼은 위챗 글의 링크를 공유한 뒤 “기존 입장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썼다.

이어 “외신과 달리 중국 언론은 정부가 허용한 정도로만 비판적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중공 선전매체들의 한계도 지적했다.

이 같은 윌슨 대사의 쓴소리는 단순히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영국 정부, 서구 주류사회가 중공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영국 정부와 언론은 중공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머뭇거리지 않고 있다.

윌슨 대사의 글은 중공 외교부가 영국 BBC를 향해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월 영국 BBC는 신장(新疆)위구르지역의 재교육시설에서 위구르족 부녀자들에 대한 대규모 성폭행 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통신국은 중공 CCTV의 해외 채널 성격인 CGTN의 영국 내 사업자 면허를 취소했고, 지난 8일에는 공정성과 프라이버시, 중립성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2만 5천 파운드(약 3억 5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강경해진 영국의 태도는 중공이 자처한 부분이 크다.

영국은 코로나19로 불리는 중공 바이러스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다. 중공은 사과는커녕 전염병 확산의 원인을 타국으로 돌리면서 반감을 사고 있다.

중공 선전매체에서 외신 기자들을 ‘입막음’하려는 시도도 부쩍 늘었다. 차이나데일리 등 당 매체들은 외국 매체를 ‘중국 혐오자’로 부른다.

중공 외교부 유럽 책임자는 BBC를 이름 대신 “가짜 뉴스와 허위 보도로 제재를 받은 개별 외신”으로 호칭하기도 했다.

여기에 외신 기자 추방도 더해진다. 중공 당국은 지난해 기자증을 갱신해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18명의 외신 기자를 추방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외신 기자 추방이었다.

한편, 윌슨 대사는 영국에 머물던 중공 대사가 누렸던 언론 자유도 언급했다.

그녀는 작년 1월까지 영국 주재 중공 대사로 근무했던 류샤오밍을 지목하며 “그는 영국 주류언론에 170개 이상의 글을 자유롭게 게재했으며, (반박을 사더라도) 이를 견지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좌우명을 인용해 “비판이 자유롭지 못하면 찬사도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재미 중국 평론가 우줘라이 박사는 “중국 대사들은 각국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언론과 SNS를 통해 ‘공산당의 위대한 성취’를 선전한다. 그러면서 자국에서는 외국 대사의 쓴소리 한마디에도 발끈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