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G 배터리 분쟁 합의…조지아 주지사 “환상적인 소식”

한동훈
2021년 04월 12일 오전 8:55 업데이트: 2021년 04월 12일 오전 10:43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SK는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계속 지을 수 있게 됐다.

11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가 LG에 배상금 2조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배터리 분쟁을 마무리 지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SK가 LG로부터 22건의 영업비밀을 빼냈으며, SK는 미국에서 10년간 배터리를 수입하거나 제조 또는 판매가 금지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면 SK는 26억 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짓고 있던 공장 건설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26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공장 건설을 지지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이 사건에 개입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전기차 사용 확대를 추진하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SK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ITC가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내린 결정을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번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마감시한인 11일까지 쉽사리 개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태를 해결하는 최선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였다. 그런데 11일 자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SK와 LG가 극적인 합의에 이른 것이다.

두 회사는 공동성명에서 SK가 LG에 합의금 18억 달러(약 2조원)와 비공개 로열티를 지불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인 모든 무역 분쟁을 철회하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운 주장을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EV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정책 선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와 폴크스바겐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원을 확보하게 돼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과제인 전기차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는 일에 탄력을 받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 폴크스바겐과 각각 F-150 픽업트럭, SUV용 배터리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들과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한 승리”라며 이번 합의를 반겼다.

바이든 대통령 요청에 따라 두 회사 간 합의를 추진해온 존 오소프 상원의원 “이번 합의로 조지아주 공장이 살아남았고 수천 개의 일자리와 수십억 달러의 미래 투자가 보장됐다”며 “조지아가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합의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두 회사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번 합의를 누구보다 가장 바랐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조지아 북동부와 우리 주(州)의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산업에 대한 환상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