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 태아 심장박동 이후 낙태 금지법 발효…대법원도 지지 판결

한동훈
2021년 09월 3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1년 09월 3일 오후 5:05

6주 이후 의료비상상황 외 낙태 전면금지, 시술한 의사도 처벌
연방대법원, 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텍사스주 손 들어줘

미국 텍사스주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했다. 연방대법원은 이 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낙태 옹호단체와 여성전문 보건업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5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서명한 ‘텍사스 (태아)심장박동법’이 지난 1일(현지 시각) 오전 0시를 기해 텍사스에서 발표됐다. 이 법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으며, 낙태를 시술한 의사도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 비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또한 법률 위반을 방조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알려진 모든 사람에 대해 시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소송에서 이기면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보상금은 패소한 측에서 부담한다.

낙태 옹호론자와 낙태 시술 보건업체는 연방대법원에 이 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5대 4로 기각됐다.

진보성향 대법관 3명과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나머지 5명의 대법관이 반대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서 “원고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텍사스 (태아심장박동)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복잡한 절차와 선행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가처분에 대한 것이며 법의 위헌성에 대한 판결은 아니다.

미국의 첫 히스패닉계 대법관인 진보성향 소니아 소토마이어 판사는 “법원의 판단이 놀랍다”며 “여성들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를 금지하는 위헌적 법을 막기 위한 신청을 제기했으나 다수 재판관은 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텍사스의 태아심장박동법 시행과 대법원의 결정에는 시민사회의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낙태시술업체 등 찬성론자들은 이 법이 낙태시술을 제공하는 의료진과 병원의 시간과 자원을 소모시키고 줄소송으로 이어져 의료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하고 궁극적으로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임신 6주 이내에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법으로 인해 미국 내 낙태 85~90%가 사실상 불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화한 계기가 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이자, 낙태 금지법 위반자를 노린 현상금 사냥꾼이 등장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이 법이 ‘로 대 웨이드’ 사건 이후 50년 가까이 이어진 여성의 낙태권을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텍사스 생명연대 등 생명보호 단체들은 태아심장박동법 시행과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생명연대 측은 성명을 내고 “낙태로부터 보호받을 태아들의 삶을 축하한다”며 “텍사스 전역에 있는 수백 곳 임신센터와 산부인과에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텍사스에서는 낙태 대안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15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1억 달러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생명보호단체 텍사스 라이트는 트위터에 “대법원의 결정은 생명보호 운동의 큰 승리”라며 “생명보호 운동이 미 전역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