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도부, 바이든 행정부에 공산당 규칙 따를 것 요구

한동훈
2021년 02월 5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7일 오전 8:41

중국 공산당(중공)의 외교분야 수장이 바이든 행정부에 중공의 룰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양제츠 중공 정치국 위원은 지난 2일 미중관계전민위원회(NCUSCR)가 주최한 ‘양제츠 정치국 위원과의 대화’에서 화상연설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양제츠는 약 30분간 계속된 연설에서 “미국은 홍콩, 티베트, 신장 문제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내정간섭 문제를 거론했다.

양제츠는 “그것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이 레드라인을 침범하면 양국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은 선거를 포함한 미국의 내정에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제츠의 발언은 미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대만을 국가로 대우하며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 위상 확립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려왔다.

그런데 양제츠는 “하나의 원칙을 준수하라”며 “미국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치 하나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의 선거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실제로 미국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은 중국 공산정권이 선거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대만 문제 외에도 중공의 핵심 이슈를 과감하게 접근해왔다.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 티베트인, 위구르인 그리고 홍콩 시민들에 대해 중공의 탄압을 비판하며 중공 당원 및 관리들에 대한 비자 제한과 자산 동결 등 조치를 가하며 제동을 걸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그 선두에 섰다. 그는 지난달 퇴임 직전까지 중공의 위구르족 등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를 대량학살과 ‘반인류적 범죄’로 규정하며 중공의 본질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애썼다.

중공은 이러한 행위를 ‘내정’이라고 반박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맞섰다.

중공 정권은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등에 주요 현안에 대해 ‘내정’이라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간섭에 반박했다.

이날 화상 연설에서 양제츠는 바이든 행정부에 미중 관계를 “예측 가능하고 건설적인 발전 궤도”로 복원할 것을 주문했다.

이전의 관계로 ‘복원’하자는 양제츠의 발언에는 미국이 계속 중국에 대해 거액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대중문화에서 학교 교육까지 중공의 침투에 노출되는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내포하고 있다.

양제츠는 또한 마약 단속과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도 언급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서 유통되는 마약류 약물인 불법 펜타닐과 펜타닐 유사 물질의 최대 공급원이다.

미 국립약물남용연구소는 2019년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7만630명이며 대다수가 펜타닐 사용과 관련된 사망이었다고 보고했다.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100배, 헤로인보다 50배 더 강력하다. 2mg 정도만으로 대부분 사람에게 치사량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펜타닐 밀매 혐의로 몇몇 중국 회사와 중국인들을 제재했다.

양제츠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양국 관계를 양국이 수교한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로 이끌었다”는 말로 총결했다.

미국 정부는 1979년 대만과 단교한 뒤에도 대만관계법(TRA)을 통해 대만과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폼페이와 전 장관은 재임 기간, 미국 관리들의 대만과 교류를 제한하는 규제를 모두 해제하면서 미-대만 관계에 훈풍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 재중국 상공회의소의 제이콥 건터 선임 정책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양제츠의 연설 내용을 “트럼프 잘못, 모두 당신네 잘못이다. 2015년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건터 정책관은 “반성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게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경제담당 선임고문은 양제츠의 연설에 대해 “결론: 중국 지도부는 중국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를 때만 협력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니콜 하오, 프랭크 팡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