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객들이 기다려준 ‘3분’이 심장 기다리던 현직 소방관을 살렸다

이서현
2021년 02월 9일 오후 4:3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8

의료진과 KTX 승무원, 승객이 합심해 한 소방관의 생명을 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KTX가 출발을 ‘3분’ 미루면서 심장 이식수술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8일 방송된 JTBC 뉴스는 지난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현직 소방관의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 49분,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 적출팀은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뇌사자의 심장을 적출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기증자의 심장을 수술을 준비 중인 서울 심장이식팀에게 최대한 빨리 전달하는 것이었다.

심장은 장기 중에서도 골든 타임이 가장 짧다. 한계치는 4시간 정도로 이를 넘기면 심장 근육 세포가 죽게 된다.

원래 의료진이 준비한 교통수단은 헬기였다. 하지만 수술 당일 기상악화로 헬기 운항이 불가능해졌다.

이미 심장을 적출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오후 8시 13분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앰뷸런스를 타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열차 출발시간보다 3분 정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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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열차를 놓치면 1시간 이상 이송이 지연되는 상황.

의료진은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동대구역 역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설명한 후 아무리 서둘러도 몇 분 늦을 것 같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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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역무원이 관제실과 해당 열차에 다급한 상황을 알렸고 차를 승강장에 대기시켰다.

원래 출발 시간보다 3분이 지난 시각, 다급하게 뛰어온 의료진은 이식할 심장이 든 아이스박스를 들고 KTX를 탈 수 있었다.

퇴원을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는 서민환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 은평성모병원 제공

이 심장을 애타게 기다린 사람은 소방관 서민환(39) 씨였다.

2년 전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은 그는 지난해 말엔 심장이 스스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에크모까지 달아야 했다.

이날 많은 이들이 함께 만들어 낸 ‘3분의 기적’으로 심장이식을 받은 서 씨는 성공적으로 회복해 지난 5일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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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료진과 무사히 수술을 받도록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생명을 나눠주신 기증자의 뜻을 이어받아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