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CEO “美디폴트 대비해 ‘전시 상황실’ 가동”

한동훈
2023년 05월 12일 오후 12:27 업데이트: 2023년 05월 12일 오후 4:31

정치권에 “중국과 무역 규제 피하라” 촉구도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미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전시 상황실(war room)’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채무불이행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랜 기간 부채한도 폐지를 주장해온 다이먼 CEO는 “잠재적인 채무불이행에 어떻게 대응할지 매주 전시 상황실을 소집해왔다”며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 더 자주, 하루에 여러 번 회의가 소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합의점을 찾아 부채한도를 늘려 줄 것을 호소했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1939년 의회를 통해 부채한도를 정하고 정부 부채가 그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약 450억 달러였던 부채한도는 1960년 이후 78차례 상향 조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31조4천억 달러(약 4경2천조원)로 늘어났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부채한도 증액을 미 의회에 요구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내년 예산 삭감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맞서고 있다. 방만한 예산 운영을 손보는 일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범 첫해였던 2021년 11월 부채한도를 기존보다 2조5천억 달러(약 3300조원) 늘렸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의 지지가 뒷받침이 됐다.

나라빚은 채 2년도 못 돼 올해 1월 또 한도에 도달했다. 재무부는 특별조치를 통해 일부 지출을 멈추고 한도 내에서 채무를 이행하는 식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차 부채한도 상향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사이 상황이 달라졌다.작년 11월 총선으로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면서 제동을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코로나19 구제 정책, 경기부양책에 단순히 경제 논리만 대입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정책 예산을 묶어 추진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스템을 망가뜨려왔다며 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척 슈머 상원원내대표,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나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나섰으나,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남은 2주간의 협상 기간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전시 상황실’ 가동을 알리며 정치권 압박에 나선 다이먼 CEO는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마음은 민주당, 두뇌는 공화당”이라고 2019년 세계경제포럼에서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2021년 1월6일 의회 습격사건 이후 모든 정치적 기부를 중단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해 투명성을 높인 조지아주 투표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일부 사안에 대해 민주당 측에 유리한 정치적 견해를 나타내왔다.

포브스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세금이 우리 사회와 경제를 개선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부자 증세에 대해 찬성했으며, 2020년 대선 때는 그의 아내가 바이든 캠프에 5만2800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이먼 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은행 위기,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은행 위기에 더 많이 개입해야 하고,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당국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