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이어 NATO도 중국 거론…민주 진영, 대중 포위망 강화

2021년 06월 17일 오전 8:51 업데이트: 2021년 06월 17일 오후 12:00

G7이어 나토까지 중국의 안보 위협 명시…구 소련 수준
전문가 “민주진영, 공산주의 중국 맞서 글로벌 연대 강화”

유럽과 북미 30개국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14일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처음으로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민주진영이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나토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총 10차례 ‘중국’을 언급했다. 성명에는 중국의 협박성 정책, 군사적 확장, 투명성 부족, 허위 정보 유포 등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성명에서는 “중국의 분명한 야심과 독단적인 행위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 및 나토 안보 관련 분야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했다”며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나토는 소련 공산 정권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1949년 설립됐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설립 당시 문제의식에 준하는 수준의 도전으로 중국 공산당을 지목한 것이다.

나토가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2019년 나토는 런던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기회와 도전을 의미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후 중국은 또 한번 나토에서 언급됐다. 경계 수위는 약간 높아졌다. 2020년 11월 나토는 개혁 방안 보고서 ‘나토 2030: 새로운 시대에 대처한 협력’에서 “나토는 미래에 중국 및 중국의 군사 확장 태세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그동안 점차 고조되어 온 중국의 위협이 과거 구 소련과 맞먹을 수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시드니 공과대학의 펑충이(冯崇义) 교수는 6월 15일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나토는 작년부터 대응 목표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했다. 이번 공동 성명 역시 이 점을 부각했고 이는 큰 진전이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약 3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펑 교수는 중국 태생의 학자로 중국 문제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지난 2017년 중국 방문 때는 당국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바 있다.

펑 교수는 “나토의 설립은 소련 공산 폭정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으며, 상대는 소련을 선두로 하는 공산주의 진영이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나토 회원국은 세계화에 휘말렸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태로 고립됐던 중국 공산당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나토 회원국들 역시 중국과 교역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공산당 정권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 북한,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5개 공산당 정권이 아직 존재하며, 나토의 역사적 임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토는 30년이라는 시간을 원래 자리를 되찾고, 공산 폭정 대치 및 공산 정권의 도전 대응이라는 본래 취지로 돌아오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민주진영, 연이어 공산주의 중국 대응 천명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매우 큰 진전을 이뤘다. 중국 관련 문제에서 입장이 일치했으며, 이는 우리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반드시 모든 회원국을 다가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은 우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하루 전인 6월 13일, 3일간 진행된 G7 정상회담이 종료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G7 공동성명 역시 강경한 어조로 홍콩 자치, 신장 인권, 백신, 일대일로 및 처음으로 대만 해역 안정 문제 등을 포함한 중공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 미일 정상과 한미 정상은 각 4월 중순과 5월 중순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각 공동성명에서는 모두 중공에 대한 민감한 의제를 담았으며, 대만 해역의 평화 및 안정 등을 거론했다.

대만 싱크탱크 둥스치(董思齐) 부소장은 15일 에포크타임스에 “나토의 이번 공동성명과 G7 공동성명, 그리고 과거 미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모두 민주 국가들이 중공이 초래하는 구조적 문제를 더욱 깊게 인식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둥 부소장은 이번 나토 공동성명에서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과 안보 협력을 진행한다’고 명시한 것과 관련해 “이는 나토가 정치적 동반자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나토 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15일, 자오리젠(赵立坚)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나토가 배타적 집단과 집단 정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에도 중국은 G7 정상회담 기간 G7이 배타적 집단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펑 교수는 “G7 공동성명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가 발전한, 제일 강대한 7개 국과 인도, 호주, 한국 등 국가들의 공동성명이다. 즉, 전 세계 민주 연맹이 이미 기본적으로 형성되었으며,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상대로 삼은 것에 대해 G7이 이를 받아들이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 공산당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관을 위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 질서를 위협하며 민주 국가의 공통된 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나토와 G7 공동성명은 시작…대치는 점차 격렬해질 것”

미국의소리(VOA)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개리 슈미트 전략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어떤 사람들은 나토의 공동성명이 말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이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중국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결속의 외교적 초석을 닦은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소리는 또한 “중국은 현재 자국의 이익과 야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 시스템과 규칙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펑 교수 역시 “중국 공산 정권과 국제 사회의 충돌은 민주국가, 민주제도와의 충돌이며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의 대치는 더욱 확대되고 격렬해질 것이다. 하지만 G7이 정말로 연합하면 중국 정권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중국 공산당은 패배로 기운다. 다만, 싸움의 결말이 언제쯤 날지 모를 뿐”이라고 전했다.

둥 부소장은 “나토와 G7 및 민주진영의 공동성명은 중국 공산당이 더 이상 마음대로 확장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며 “이후 중국 공산당의 반응은 나토, G7 등 민주진영이 어떻게 대응할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주진영 국가들의 협력은 이제 시작 단계다. 중국의 위협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은 민주진영이 구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15일 중국 외교부는 나토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중국은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해오고 있다”며 “위협론을 과장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