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바이든에 철수 시한 연장 압박…“대피할 시간 달라”

2021년 08월 24일 오후 11:27 업데이트: 2021년 08월 25일 오전 9:38

영국, 프랑스 등 동맹국 “시한 내 전원 대피 불가능”
탈레반은 연장 불가 통보…“결과 있을 것”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일로 못박은 미군 철수 일정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탈레반이 오는 31일까지로 약속한 철군 마감 시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영국 등 동맹국이 철군 시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은 24일(현지 시각) 아프간 사태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회의에서 미국 측에 8월 이후에도 카불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편 항공기를 계속 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국이 매년 돌아가면서 맡는 올해의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요청으로 열리게 된 이번 긴급 정상회의는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의 보복과 탄압 위험에 놓인 아프간 사람들과 여전히 탈출하지 못한 외국인들을 위한 해결책이 주된 의제다.

미군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카불 공항에는 탈레반 정권을 거부하고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 아프간인들과 외국인들이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청하며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도 이날 “미국이 정한 시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작전을 완료하려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대사관 직원들을 포함해 자국민과 대사관으로 피신한 외국인들 구출 작전을 수행 중이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 역시 이번 G7 긴급 정상회의에서 미군의 철군 시간 연장 여부와 카불 공항까지 접근성을 개선할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여권 소지자들이 카불 공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겪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틀 뒤인 22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카불에 갇힌 미국인들이 탈레반과 ‘힘든 접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Marine in Kabul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 해병 특수목적해병공지임무군-위기대응 중앙사령부 소속 해병이 민간인 대피를 지원하고 있다. 2021.8.22 | Sgt. Samuel Ruiz/U.S. Marine Corps via AP/연합

미군 철군이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이달 말까지 완료되지 못하리라는 예측은 미국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아담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23일 정보당국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대피 작전이 오는 8월 31일까지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쉬프 위원장은 “가능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대피가 필요한 미국인 숫자를 고려하면 그럴(대피 작전을 8월 중 마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와 반대되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탈레반과 매일 회담을 하고 있으며, 카불에서 미국인 등을 대피시키는 일에서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2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정한 기한 안에 모든 미국인이 아프간 외부로 대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남은 기간에 카불을 떠나려는 미국 시민들을 구출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사태가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poch Times Photo
지난 2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C-17 수송기에 아프간 탈출 희망자들이 탑승한 채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 Senior Airman Taylor Crul/U.S. Air Force via AP/연합

탈레반은 미군의 철군 시한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대표부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23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군 철군을 31일 이후로 연장한다면 합의 위반이라면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샤힌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철군 마감 기한 이후에도 군대가 남아 있으면 탈출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점유를 계속할 의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군 철수 연장이 탈레반의 경고가 아닌 바이든 대통령의 방침 때문에 불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스카이뉴스에 “연장이 안 될 수도 있다”며 “탈레반의 발언 때문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성명을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시한 연장에 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월러스 국방장관은 “그것은 분명히 우리 모두가 노력할 가치가 있고 우리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백악관은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