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100만 투자자 피해 예상…美암호화폐 육성 법안도 불투명

조영이 인턴기자
2022년 11월 16일 오후 6:32 업데이트: 2022년 11월 16일 오후 7:04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100만 명의 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산보호 신청 후 FTX 창업자 뱅크먼 프리드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지 언론들은 뱅크먼 프리드가 파산 이전에는 암호화폐 업계와 의회를 잇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았다고 전했다.

WSJ “뱅크먼, 파산보호신청 해놓고 신규 투자자 물색”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신규 자금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암호화폐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뱅크먼 프리드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음에도 아직 회사를 살릴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대 80억 달러(10조 5천억 원)의 부족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FTX의 남은 직원들과 지난 주말부터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뱅크먼 프리드와 직원들의 노력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신문은 전했다.

FTX는 지난 11일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청 당시 FTX는 채권자, 즉 암호화폐를 맡긴 투자자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그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로이터통신 등은 “FTX 변호사들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100만 명 이상의 채권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 대부분은 무담보 후순위 채권자로, 돈을 날릴 수도 있다.

든든한 정치자금 후원자 뱅크먼에 등 돌린 의회…암호화폐법안도 좌초

‘코인계의 JP 모건’ 또는 ‘코인계의 워런 버핏’이라 불렸던 30살 코인 갑부 뱅크먼 프리드의 다른 얼굴은 미국 의회에 막대한 자금을 후원하며 정치권과 암호화폐 업계 간의 파이프라인 역할이었다. 하지만 FTX 파산보호 신청 이후 그가 로비를 통해 추진하던 암호화폐 관련 법안의 입법은 좌초하게 생겼다.

파산 전 개인 자산이 160억 달러(약 21조 원)로 추정되던 뱅크먼 프리드는 그동안 정치권에 대규모 후원금을 기부하고, 정치인들과 어울렸다.

비영리 기관 ‘공정한 세금을 위한 미국인 연합’(ATF:Americans for Tax Fairness)에 따르면 뱅크먼 프리드는 이번 중간선거 때 민주당에 4,000만 달러(약 529억 원)를 기부했다. 미국에서 6번째로 많이 기부한 개인이자 민주당에게는 조지 소로스에 이은 두 번째 거액 기부자다.

뱅크먼 프리드는 2020년 대선 때도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500만 달러(약 66억 원 )를 기부했다. 오는 2024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를 후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밖에도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기관과 그 기관을 감독하는 연방 상·하원에도 정치후원금을 건넸다. 하지만 FTX가 몰락하자 그동안 그에게 호의적이던 정치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美의회, FTX 파산보호 신청하자 “암호화폐 시장 개입 필요”

상원은 초당적으로 만들었던 암호화 관련 법안을 이번 주에 손질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해당 법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FTX의 의견을 받아들여 만들었다. 법안은 암호화폐 업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연말 전 입법될 가능성이 컸지만 이제는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의회가 FTX 파산에 대해 조사를 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하원 금융위 의장이 유력한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맥헨리 원내대표는 FTX 파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최근 사건들은 의회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맥헨리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을 보호하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 FTX와 바이낸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의회의 개입을 시사했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물론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당국도 증권 범죄 및 위법 행위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현재 바하마에 머물고 있다. FTX 직원도 상당수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