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뱅크먼-프리드, 中 관리에 520억 뇌물 혐의

한동훈
2023년 03월 29일 오후 1:15 업데이트: 2023년 03월 30일 오전 10:56

中 당국 동결한 10억 달러 계좌 해제 목적
검찰 “가상화폐로 지급…즉시 해제 풀려”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공동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가 중국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로 가상화폐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 남부지방 연방검찰은 27일(현지시간) 관할법원에 제출한 새 공소장에 뱅크먼-프리드가 해외부패방지법에서 규정한 뇌물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혐의 1건을 추가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021년 11월쯤 1명 혹은 그 이상의 중국 정부 관리에게 4천만 달러(약 52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뇌물로 줬다고 밝혔다.

이로써 뱅크먼-프리드에게 적용된 범죄혐의는 형법상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제공 등 모두 13건으로 늘어났다.

뱅크먼-프리드는 뇌물을 통해 동결된 계좌를 해제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사업 파트너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총 10억 달러(약 1조 3천억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있던 일부 계좌를 발견해 동결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뱅크먼-프리드와 그의 동료들은 수개월에 걸쳐 변호사와 로비스트 등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계좌 동결을 해제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뇌물 사용을 논의했으며, 뱅크맨-프리드가 직접 뇌물 제공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뇌물은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4천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가 한 개인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옮겨지자 동결됐던 계좌는 즉시 해제됐다.

뱅크먼-프리드는 이 자금으로 자신의 헤지펀드 거래에 사용했으나 계속 손실을 내다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결국 FTX 파산 사태를 맞게 됐다.

앞서 2월 검찰은 공소장에서 뱅크먼-프리드가 기부금 세탁과 지하자금 등을 통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후보들에게 약 1억 달러의 정치 자금을 전달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통해 워싱턴DC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FTX나 자신의 개인적 이익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킬 후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뱅크먼-프리드는 정치 기부금을 공개적인 방식이 아니라 은밀하게 전달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 편에 선 기자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밝혔다.

뱅크먼 프리드는 지난해 11월 가상화폐를 주로 다루는 기자 겸 유튜버 티파니 퐁과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에 기부금을 준 것을 알면 기자들이 광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은 모두 엄청난 자유주의자(리버럴·민주당 지지자)들이다. 나는 그런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거의 균등하게 자금을 전달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해 12월 바하마에서 체포된 후 미국으로 송환됐으며 보석금 2억5천만 달러(약 3246억원)를 내고 풀려난 뒤 캘리포니아의 부모님 집에 가택 연금됐다.

이달 30일에는 보석 조건에 대한 심리가 열린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의 스마트폰과 암호화된 메신저 앱 사용을 금지하고, 변호 준비와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 가능한 노트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 노트북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위키피디아 등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도록 제약이 걸리게 된다.

한편, 뱅크먼-프리드에 관한 본격적인 재판은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