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2012년 시진핑 방미 때, 中 CGTN 편집실 발칵 뒤집혔다”

2021년 6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2일

“시진핑의 방미 소식을 전하는 화면에 소수민족 시위대와 파룬궁 수련자들의 모습이 잡혔다. 뉴스 편집실이 난리가 났다. 임원들이 전부 몰려와 고함을 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각) 보도한 지난 2012년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중국 관영매체 CCTV 해외판인 CGTN 뉴스 편집실 풍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CGTN은 중국의 지정학적 투쟁에 있어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중국 정부는 이른바 ‘중국의 시각’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자체 미디어 그룹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공산주의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CGTN을 통해 이른바 ‘소프트 파워’를 확대했다. 워싱턴, 나이로비, 런던에 속속 사무실을 개장하며 언론계를 필두로, 정재계, 사회 각계로 손길을 뻗었다.

CGTN은 글로벌 영어 뉴스 채널로 자리매김해나갔지만, 홍콩의 중국 송환 반대 시위를 중국 정권 입맛에 맞게 왜곡 보도하고, 중국인 소수민족 수감자들의 자백을 강요하고 이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공산당 대변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역풍을 맞았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은 CGTN이 홍콩 민주화 시위 보도에서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런던에 유럽본부를 둔 CGTN의 방송 면허를 지난 2월 취소했다.

미국은 CGTN을 언론사가 아닌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규정해 6개월마다 업무추진 내역과 인력 및 자산변동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영향력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호주 공영방송 SBS는 인권단체의 민원 제기를 받아들여, 매일 송출하던 15분짜리 CGTN 영어뉴스와 30분짜리 CCTV 중국어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기사에서 CGTN 전 직원 12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가 익명을 요구했고 일부는 보복이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 지사에서 근무했다는 한 전직 CGTN 편집자는 “회사 운영이 서양 언론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사했지만 사실과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곧 결과물에 대해 베이징에서 온 임원의 통제가 엄청나게 엄격하다는 걸 알게 됐다. 방송이나 뉴스에서 중국에 좋지 못한 내용은 전혀 용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한’ 내용이나 화면은 절대 내보낼 수 없는 CGTN의 편집 방침으로 인해 외국계 직원들은 종종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 생중계였다. 시진핑이 가는 곳마다 티베트 민주화 요구 시위대, 대만 지지자들, 파룬궁 수련자들이 집결했던 것.

당초 계획은 공산당 깃발 등 특수효과를 이용해 이들을 가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생중계 여건상 한계가 있었고 결국 이들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방송이 나가던 중 CGTN 고위 임원들이 편집실로 몰려와 소란을 피웠고 결국 기자와 PD 등 실무자들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해외 순방 시, 미리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현지 친공산당 인사를 동원해 비슷한 사태를 사전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검사하는 ‘선생님’과 ‘상부의 지시’

파이낸셜타임스는 CGTN에 PD, 앵커, 편집자 모두 편집실에서 뉴스의 정치적 정확성을 검열하는 이른바 ‘선생님’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CGTN 교열팀에서 근무한 개리 앵글브랜트는 “뉴스 편집실에 항상 (검열관) 2~3명이 있었다. 방송원고는 중국인 기자가 먼저 작성한 뒤 서양인 편집자에게 넘겨 (영어 표현이 자연스럽도록) 다듬었고, 그후 ‘선생님’이 정치적 정확성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중국 감옥에 수감된 소수민족 구성원들에게 자아비판과 반성을 강요한 이른바 ‘자백 방송’에 대해서는 “PD에게 가서 ‘우리 이거 방송하지 말자’고 해도 헛수고였다”며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앵글브랜트는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앵글브랜트가 묘사한 ‘상부’의 지시가 CGTN이 서방 국가의 언론감독기관와 마찰을 빚게 된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방 여러 국가에서는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는데, CGTN이 사업을 시작한 나라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CGTN에 자문을 제공했었다는 한 컨설턴트는 CGTN이 성공한 곳은 아프리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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