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학부모 상대로 대테러 첩보방식 사용” 내부 고발

한동훈
2021년 11월 18일 오후 1:33 업데이트: 2021년 11월 18일 오후 1:37

FBI “교직원 보호 차원…학부모 감시 아니다” 부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학교 교육방침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시위나 위협성 발언을 국내테러 행위 취급해왔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각) 미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위원들은 FBI 감찰부 직원 칼튼 피플스가 제보한 FBI 내부 이메일 사본을 공개했다.

이 이메일에는 FBI 대테러국, 형사국이 학교 이사진, 지역 교육위원회 위원, 교직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위협성 발언 사건만 따로 모아 특별 관리해온 정황이 담겨 있었다.

이메일에는 티머시 랭건 대테러국 부국장과 캘빈 쉬머스 당시 형사국 부국장 명의로 “우리는 학교 이사진, 교직원을 상대로 한 위협의 평가·조사에 위협 태그 적용을 요청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는 지난달 21일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의 하원 청문회 증언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공화당 측 지적이다.

갈런드 장관은 이 청문회에서 “FBI와 법무부는 학교 이사진 위협 사건에 대테러 자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자원 사용을 요청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온 것이다.

현재 미국 전국 공립학교에서는 비판적 인종이론 수업, 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접종 요구 등 학교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분노한 학부모들은 학교 이사, 지역 교육위 위원, 교직원들을 상대로 괴롭힘이나 협박성 발언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전미 교육위원회 협회(NSBA·이하 전교협)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전국적으로 폭력과 협박이 증가하고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보호를 요청했다.

이후 갈런드 장관은 FBI에 학교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괴롭힘과 협박에 대해 주 법무부와 지역 법 집행기관과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폭력, 폭력위협, 기타 범죄행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갈런드 장관이 전교협의 서한 발표 5일 만에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며 “폭력위협이 실제로 증가했는지 조사나 증거 없이 “좌파 특수 이익단체”(전교협) 서한만 가지고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갈런드 장관이 하원 청문회 증언 당시 FBI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면 법무부가 고의로 이 사실에 대해 의회를 호도하려 했다는 의미”라며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짐 조던 의원은 지난 10월 청문회에서 “법무부가 학부모들을 고자질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FBI는 이같은 지적을 부인했다. FBI 대변인은 16일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한 것에 관해 조사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FBI의 임무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수정헌법 제1조 권리를 수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연방법 위반 소지가 있는 폭력과 위협에 초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갈런드 장관은 역시 청문회에서 “(FBI에 내린 지시는) 학교 이사회에서 나오는 발언과는 무관한 일”이며 “학교 이사진과 교직원을 향한 괴롭힘과 폭력위협에 대한 대응을 지시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따라, 학부모들이 학교의 교육 방침에 대해 항의할 권한을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학부모들의 항의시위를 국내테러로 취급해달라는 전교협의 공개서한 발표 이후 미국 내 수십 개 학교 이사회가 전교협을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