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인도, 8년만에 FTA 협상 재개…“中 리스크에 밀착”

장민순
2021년 05월 12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2일 오후 6:20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 8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인도 총리 모디와 화상 회담을 진행하며 중단 8년 만에 FTA 협상을 재개했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위기감이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EU와 인도 정상들은 당초 한 차례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인도의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심각해 인도 모디 총리는 결국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화상 회담으로 전환했다. 모디 총리가 EU 27개국 정상과 함께 회담을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발표해 EU와 인도는 2013년 중단된 EU-인도 FTA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며, 양측은 사전에 반드시 시장 진입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EU와 인도는 별도의 투자 보호, 지리적 표시 합의에 관한 협상을 시작한다.

‘지리적 표시’란 프랑스의 샴페인, 인도의 다르질링 차 등과 같이 명칭이 생산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유명 브랜드를 가리킨다. 보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투자 보호와 지리적 표시는 EU의 핵심 이익이 존재하는 부분으로서, EU는 특산품 보호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EU와 인도는 유행병, 기후변화 모델링의 슈퍼컴퓨팅, 인공지능, 디지털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것에 합의했다.

EU의 고위 인사들은 이번 협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FTA 협상 재개는 EU-인도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FTA 협상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매우 기대하고 있다. EU와 인도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들은 EU와 인도의 무역협상 재개가 중국에 대한 ‘대응’ 차원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소위 ‘군사적으로 나날이 커지는 경쟁 대국’의 면모를 부각하면서, 서방국가들을 ‘경악’하게 함으로써, EU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며 “중국에 대한 우려가 EU와 인도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EU가 신장 위구르 탄압을 문제 삼으며 EU-중국 관계를 악화시켜 EU-중국 투자협정은 EU의 비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역시 국경 문제로 중국을 도발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EU-인도의 협상 재개는 ‘중국을 대체할’ 협력 대상을 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EU-인도 FTA 협상이 재개된 것은 8년 만이다. 양측은 그동안 관세 감축, 특허권 보호, 인도 전문가들의 유럽 근무 권리 등에 대해 합의점을 내놓지 못했고, 2013년 협상은 중단됐으나 이번에 전기를 맞게 됐다.

유럽의회 2020년 전망에 따르면 인도와의 무역협정은 EU에 적지 않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EU와 인도가 FTA 협의에 성공한다면, EU는 10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P통신은 이 같은 전망은 브렉시트를 전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부 EU 인사들은 “양측 모두 협상 재개에 동의했지만 중요한 많은 부분, 특히 인도의 지식재산권과 자동차 등 상품에 대한 관세 문제에서 양측은 여전히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