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의 외국 인권침해자 제재 동참…‘유럽판 마그니츠키 법’ 추진

니콜 하오
2019년 12월 11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11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마그니츠키 법’을 따라 인권을 침해한 개인을 제재하는 법안 마련에 뜻을 모았다.

9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외무장관들은 인권유린 혐의자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시키는 미국 ‘마그니츠키법’을 기초로 ‘EU판 마그니츠키법’을 출범하기로 했다.

EU 외교장관들은 법안에 대한 기한을 정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에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법률 초안을 각 나라 장관에게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EU 외교·안보 정책연합의 고위 대표를 맡고 있는 스페인 외무장관 조셉 보렐은 “우리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폭로하고 제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의 마그니츠키 법안과 동등한 유럽식 법안에 해당한다”고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밝혔다.

미국은 2012년 러시아의 회계사였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를 박해한 관리들을 겨냥해 인권 침해자 처벌을 위한 ‘마그니츠키법’을 제정했다.

2017년 미국 의회는 인권침해 혐의로 기소된 개인을 국적과 관계없이 제재할 수 있는 ‘세계 마그니츠키법’을 통과시켰으며, 세계의 인권 침해자와 부패 인사의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그 후 영국, 캐나다, 그리고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발트 3국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통과됐다.

보렐 장관은 “EU판 마그니츠키법은 EU가 인권 수호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것”이며 “E U가 행동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부여한다”고 이 법안의 의의를 강조했다.

유럽의 국가들은 또한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의회는 EU에서 2020년 1월 31일까지 법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독자적으로 마그니츠키법을 시행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 북유럽 12개 이사국 중 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스웨덴·노르웨이·페로 제도·그린란드·올란드 등 8개 이사국은 마그니츠키법이 EU에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자국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의했다.

3월 14일, 유럽 의회는 신체적·재정적으로 인권을 침해한 개개인을 처벌하는 유럽 마그니츠키법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붙일 것을 요구했다.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내무부(MOI)로부터 탈세와 세금 사기 혐의로 고발된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회사 에르미타주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세금 고문으로 일했었다. 그는 권력층의 부패 행위를 폭로한 혐의로 투옥된 후 고문으로 사망했다.

2005년 11월, 에르미타주 공동 창업자인 미국인 빌 브라우더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러시아에서 추방됐다. 2007년 6월, MOI 관리들이 에르미타주 모스크바 사무소를 급습해 회사 서류와 세금 기록, 도장을 모두 불법적으로 압수했다. 4개월 뒤 MOI는 이 투자회사를 세금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회계 감사관인 마그니츠키는 에르미타주가 무죄이며, 경찰과 범죄자들이 공모해 회사를 사기죄로 모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게 마그니츠키는 에르미타주와 공모한 혐의로 2008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수감됐다. 11개월 동안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고, 마그니츠키는 가족 면회를 거부당했으며 질병으로 고생했지만 의사를 만나지도 못하고 수술받는 것 또한 금지당했다.

2009년 11월 16일, 37세 나이로 마그니츠키는 감금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 인권단체 모스크바 헬싱키그룹의 루드밀라 알렉세바 회장은 마그니츠키가 MOI 장교들의 구타와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EU 외무장관들이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한 뒤 브라우더 CEO는 EU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놀라운 발전이다. 인권을 유린한 자들이 유럽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이미 미국과 캐나다 여행이 금지된 상황에서) 그들에게 엄청난 제재가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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