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공산당 관리 4명 제재…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

류지윤
2021년 03월 20일 오후 1:51 업데이트: 2021년 03월 20일 오후 2:47

유럽연합(EU)과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EU 이사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국 등 6개국의 11명과 4개 단체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 관리 4명도 포함됐다. EU 이사회는 위구르 소수민족의 인권을 탄압한 중국인 4명과 1개 단체에 대해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다.

그외 러시아, 북한, 리비아, 남수단에서 인권을 침해한 7명도 제재를 받는다. 이번 제재는 작년 EU가 도입한 ‘마그니츠키법’에 근거했다.

EU가 중국 공산당 관리를 제재한 것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이다.

중공은 최소 100만 명의 위구르인을 신장 서부 지역의 외진 수용소에 가둔 채 그들에게 가혹 행위를 하고 강제노동을 시키고 낙태를 자행했다.

BBC는 최근 위구르족 여성들이 수용소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주로 규탄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를 인종학살로 규정하고 관련된 공산당 관리와 단체(기업)를 제재했다.

그런데 여기에 EU가 동참하게 된 것이다. EU는 1989년 천안문 학살이 벌어지자 중국으로의 무기 운송을 금지했고, 이 조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제재에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장밍(張明) EU주재 중국 대사는 16일 유럽정책센터(EPC)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20일에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인 글로벌타임스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는 형태로 반격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신장 정책을 비판한 EU 기관과 개인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래도 EU가 제재를 고집하면 대응책을 2배로 늘리겠다고 전했다.

EU의 이번 강경한 조치는 그동안 사나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와 홍콩 탄압으로 유럽권의 반발을 사 온 중국 공산당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작년 9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유럽 5개국 순방길에서는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에서 홍콩과 신장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왕이 부장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럽의 중국 문제 전문가 스밍(史明)을 인용해 이번 제재에 대해 “그동안 미국과 거리를 좁혀온 EU의 행보에서 어느 정도 예측됐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스밍은 “아직은 관리 4명과 단체 1개 수준이지만,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경제부터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