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일격…美 19개주, 탄소중립 주도 6개 은행 조사

한동훈
2022년 10월 25일 오전 10:43 업데이트: 2022년 10월 25일 오전 10:43

‘탄소중립’ 투자를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굳히려는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미국 일부 주(州)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화석연료 관련 사업체와 지역 농가에 부당한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19개 주 법무장관은 최근 국제연합(UN·유엔)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 연합에 가입하는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민사조사청구 조치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은행연합은 2050년까지 온실효과가스(온실가스) 배출량 실질 제로, 일명 ‘넷제로(Net Zero)’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금융 연합체다.

이 연합체에 가입한 은행은 대출, 투자 등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만들어야 하며, 2030년부터 5년마다 중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43개 글로벌 대형 은행을 창립회원으로 창설됐으며, 현재 41개국에서 119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각국에서 참여 은행을 늘리면서 약 70조 달러(11경898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합체는 유엔의 새로운 금융기구이자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이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촉구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19개 주 법무장관은 이 연합체가 기업에 불공정한 기준을 들이대며 지역의 경제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19개 주는 이 연합체에 참여한 미국 6개 주요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에 대한 민사조사청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소송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미주리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에릭 슈미트는 관련 성명에서 “탄소중립은행연합은 유엔이 감독하에 주요 은행들이 체결한 세계적 규모의 대형 협정으로 그 목적은 화석연료 분야 기업의 자국 및 국제 시장에서 신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지역 농가와 석유·가스 채굴 기업 등 미국 경제에 필수적인 사업체들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연합체의 정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어떤 기업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그들의 주장을 따르지 않으면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미국의 은행은 미국 법률을 따를 책임이 있으며 국제기구가 미국의 비즈니스 규정을 수립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민사조사청구의 배경을 밝혔다.

민사조사청구에 따라, 19개 주는 6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탄소중립은행연합 가입과정에서 체결한 각종 서약과 그 이행, 관련 활동 및 담당자 등에 관해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청구에 참여하는 19개 주는 애리조나 아칸소 인디애나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몬태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 버지니아다. 대부분 공화당 주지사 지역이지만 민주당도 포함됐다.

미국의 여러 주정부들은 ‘탄소중립은행연합’ 가입 외에도 ESG 기준 적용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과 싸우고 있다. ESG 기준이 기업에 대한 부당한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주정부 자금 위탁 대상에 ESG 기준에 따르는 금융기관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 재무부 소비자조사국 윌 힐드 국장은 “대형은행들이 ESG라는 이름으로 매우 의심스러운 기후변화 대책을 판촉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소비자를 희생시켜 미국의 에너지 활용을 방해하려는 음모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넷제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탄소중립(Carbon Neutral)과는 구분된다. 탄소중립은 6개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넷제로와 탄소중립이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6개 금융기관에 이번 19개 주 정부의 민사조사청구에 관해 논평을 요청했으나 JP모건체이스는 논평을 거부했고 나머지 5곳은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