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 美 중간선거, 민주·공화 모두 키워드는 “중국”

한동훈
2022년 10월 19일 오후 4:09 업데이트: 2022년 10월 19일 오후 4:09

미국 중간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선거 이슈로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오는 8일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연방의회 하원 총 435석 전석, 상원 총 100석 중 35석, 39개 주·준주 주지사, 주의원, 지방정부 주요 공직(선출직)을 새로 뽑는다.

그동안 중간선거는 경제와 일자리 등 주로 민생 현안에 집중됐다. 그러나 미중 관계 악화와 중국 공산당 정권의 호전적인 자세가 겹치면서 막판 선거 키워드로 ‘중국’이 추가됐다.

현재 미국의 표심은 공화당이 민주당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와 유고브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이 224석으로 민주당(211석)을 제치고 다수당을 탈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 시에나대 공동조사에서는 유권자 792명 중 49%가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45%였다.

현재 하원은 435석 중 민주당이 220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212석이며, 나머지 3석은 공석이다. 상원은 민주당 50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 공화당 50석으로 양당이 정확히 양분하고 있다. 다만,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캐스팅보트’ 권한이 있어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우세하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차지한 상황에서 공화당은 양원 모두 탈환하겠다는 전의를 다지는 가운데, 공화당 후보들 상당수는 대중 강경책으로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오하이오 연방 상원에 출마한 제임스 도널드(J.D) 밴스는 최근 선거 유세에서 “더 이상 중국에 저자세로 머물러선 안 된다”며 “우리를 증오하는 이들에게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밴스의 라이벌인 민주당 후보 팀 라이언도 대중 강경책을 내세웠다. 라이언 후보는 “중국은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훔쳤다. 이제는 우리가 반격할 때”라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공약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 메흐메트 오즈가 ‘중국에 단호해져라(Get Tough on China)’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외과의사 출신인 오즈는 건강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 사회를 맡아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구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주리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중국인들의 농지 구매가 최대 이슈다. 공화당 후보 에릭 슈미트 현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중국 자본의 농지 구입과 기업 인수를 차단하겠다고 약속했고, 민주당 후보 역시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공화당 후보 블레이크 마스터스가 “중국인 유학생이 미국에서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나선 마크 켈리 현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도체 육성법’ 통과를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전문가들도 중국 문제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는 견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라마포 대학의 정치학 교수 딘 천은 “선거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후보자는 유권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강한 이슈를 가져와야 한다”며 “외부 적대세력을 지목해 지지와 결집을 호소하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 CNN 백악관 출입기자로 조지 워싱턴대에서 전략계획 담당이사로 재직 중인 프랭크 세스노는 “중국은 미국의 안보위협으로 규정돼 있으며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며 “(중국에 대한 강경한) 이런 발언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양당 모두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영리 민간조직인 ‘미·중 무역위원회(USCBC)’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 연방의회에서는 중국과 관련된 법안이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 관련 법안은 2017년까지 200~250건이었지만 이후 급증해 지난해 639건, 올해 700건을 넘어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반도체 육성법(CHIPS)’,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투자 차단법’ 등 중국을 겨냥한 중대 법안을 연이어 통과시켰다.

‘반도체 육성법’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에 맞서 미국 내 반도체 산업과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 차단법’은 미국 기업의 중국 첨단기술 투자를 제한한다.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은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

미국 민주, 공화 양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이들 법안은 여야를 떠나 상당수 의원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댄 슈누르 교수는 “양당은 중국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적일 정도로 의견이 일치한다”며 선거를 앞두고도 대중 강경 정책에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누르 교수에 따르면 대중 강경책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중심지였던 중서부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은 지난 수십 년간 일자리가 유출됐으며, 블루칼라 계층 유권자들은 세계화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당 후보들도 이러한 정서를 이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미국인의 비율은 8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인권침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파가 된다면 대중 강경 추세는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여론조사 사이트 538(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공화당이 하원을 다시 탈환할 확률은 약 7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