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중국 주재 기자, 2개월짜리 비자 받아”…미중 언론비자 갈등 심화

윤건우
2020년 09월 7일 오후 12:46 업데이트: 2020년 09월 7일 오후 12:46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미국 언론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미국 주재 중국 관영매체 비자 발급조건을 강화한 미국의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자국 내 미국 기자들에게 2개월~1년 이내 비자를 차등 발급했다. 지금까지는 전원에게 1년짜리 비자를 발급해왔다. 비자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맞불 조치가 이어지면서 양국의 관계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중국 현지 미국 기자들은 지난주 기자증 갱신 기간에 새 기자증 대신 “신청서가 처리되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이들에게 기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미 기한 만료된 기자증과 해당 편지를 지니고 당국을 방문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미국 기자들은 1년보다 짧은 기간으로 제한된 비자를 발급받았다. 2개월짜리 비자가 발급된 기자도 있었다.

중공은 외신 기자들에게 매년 기자증을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기자증은 비자발급과 연계돼 있다. 중공 당국에 따르면 비자는 언제든 폐지될 수 있으며 미국 시민이 아니더라도 미국 언론매체에 속한 언론인 모두 비자가 제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미국인 기자들은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CNN 특파원인 미국인 기자 데이비드 컬버가 비자 제한을 받으면서 언론에 보도됐다. CNN 대변인은 “베이징에 본부를 둔 우리 기자들 중 한 명은 12개월이 아닌 2개월짜리 비자를 발급받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에 있을 것이며, 그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미국 내 중국 기자들의 취재 비자를 90일로 제한했다. 비자 연장 승인을 받지 못한 기자들은 중국 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인 오는 11월 초 미국을 떠나야 한다.

중공 정부는 비자 연장을 신청한 중국 언론사 기자들이 미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같은 조치가 이들의 일과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고 반발했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 기자들의 취재 비자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중국 관영매체 직원 수 상한선을 발표하며 인력을 감축시켰다.

이에 중공 정부는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중국 주재 미국 언론사 기자 10여명으로부터 기자증을 반납받아 이들을 사실상 추방하는 등 맞대응했다.

앞서 6월 미국은 중국 관영매체 4곳을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추가 지정하고 미 국무부에 부동산 소유 현황, 인력 등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중국 매체를 “독립된 언론기관이 아닌 중국 공산당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는 선전 단체”라고 지적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달에도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미국 언론 제재에 대해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려는 우리의 바람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산당 이념 선전을 위해 일하는 중국 관영매체 언론인들은 미국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활동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미국 언론인 소수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