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내부회의 폭로…‘팩트 대신 프레임’ 거대 언론 민낯

윤건우
2020년 12월 6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6일

장장 두 달에 걸쳐 CNN TV 네트워크에서 매일 아침 진행하는 편집진 전화 회의를 도청, 녹음했다는 비밀 탐사보도 전문 ‘프로젝트 베리타스’가 매일 새롭게 녹취본을 공개하고 있다.

그 첫 회분인 지난 1일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을 줄곧 “가짜 뉴스의 대표”라고 불러왔다.

이 녹취록에서 CNN의 선임 편집자와 제프 주커 CNN월드와이드 사장은 트럼프의 퇴진을 압박할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하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9·11테러로 폭파된 쌍둥이 빌딩을 예로 들며 트럼프를 협박하자고 이야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보수매체 레드스테이트(Red State)의 마이크 밀러는 “오랜 정치작가로서 CNN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표 중 하나”라며 CNN 내부회의 녹취본 공개에 반색을 나타냈다.

그는 “오바마 뉴스 네트워크로 8년, 트럼프 발작 증후군 뉴스 네트워크로 4년을 보냈으며, 지금은 바이든의 대변인으로 변신해놓고 ‘언론계에서 가장 믿을만한 이름’이라고 자칭하는 CNN을 불태워버리고 싶었다”라며 작가다운 필력을 뽐냈다.

프로젝트 베리타스의 제임스 오키프(James O’Keefe)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CNN의 주커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밀러에게 전했다.

“주커 씨, 계세요? 저 제임스 오키프입니다. 저희가 당신의 CNN 통화를 두 달 동안 듣고 있었고, 모든 것을 녹음하고 있었거든요. 잠깐 시간 있으시면 몇 가지 물어보고 싶어서요. 당신은 아직도 CNN이 가장 신뢰받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세요? 몇 통화를 들어보니까 딱히 그러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하고 싶어서요. 저희가 당신이 언론인으로서 그렇게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녹음 파일을 갖고 있어요.”

주커는 잠시 당황하다 충격에 휩싸인 목소리로 “음…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그 점에 비추어 볼 때 다들, 나는 우리가 새로운 시스템을 세우고 여러분 곁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나머지 통화는 나중에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오키프는 전했다.

후일담(?)도 전해졌다. 오키프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주커가 곧바로 전화 회의를 멈추고 ‘도대체 어떻게 저 오키프라는 자식이 우리의 (욕설) 회의 통화를 녹음할 수 있었다는 거야? 그것도 (욕설) 두 달 동안이나’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아침 전화 회의에 참석자들이 그들 스스로 했던 말에 대해 겁에 질렸을 모습이 눈에 선한 대목이었다.

9·11테러 들먹이며 트럼프 위협

이날 저녁 7시 방송된 첫 녹음에서 CNN 기자 제이미 갠젤은 양당에서 입수한 정보에 근거해 CNN이 대선 부정행위를 파헤치려는 트럼프의 노력을 어떻게 덮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했다.

CNN의 유명 기자인 갠젤은 “마이크가 방금 말했던 것처럼 트럼프가 권력 이양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언론기관으로서 우리는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릴 플랫폼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책임성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주커 사장은 “좋다.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 겸 기자 스테파니 베커의 목소리가 들렸다. “9·11 보고서에서 권력 이양 (지연)의 문제점 한 가지를 설명한다. 순조로운 권력 이양이 없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면 좋은 구체적인 사례로 쌍둥이 타워를 제시하자.”

주커 사장은 “내가 본 한 가지 핵심이 바로 어제 말한 국가안보 문제인 것 같다. 한 번 더 언급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모두에게 9·11 위원회 보고서와 권력 이양이 되지 않는 문제에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주커 사장 등이 언급한 ‘9·11 위원회 보고서’는 2001년 미국이 사상 최악의 테러를 당하자 미국 양당이 구성한 사고조사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2000년 대선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간의 대통령 권력 이양 지연이 새 정부의 업무 지연을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력 이양 시기에 안보 인력 변동 등으로 국가안보에 불안 요인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9·11 테러는 언급만 해도 미국인들의 자존심과 상처를 건드리는 민감한 이슈다. 한국인들에게 일제 강점기와 비슷하다. 주커 사장과 CNN 기자들의 논의는 9·11 테러 발생과 트럼프의 대선 결과 불인정을 연결시켜 미국인들에게 반감을 증폭시키자는 의미다.

이 녹취록은 지난달 9일 아침 회의 내용이었다. 회의는 다음날 기사로 결실을 보았다.

CNN은 하루 뒤인 10일 ‘트럼프의 권력 이양 지연이 어떻게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모든 장애물을 이용해 바이든 당선인의 백악관 인도를 지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권력 이양 작업이 지연되면서 국가 안보팀 구성이 지연된 것이 2001년 9·11 테러의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 스핑 기자가 이 기사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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