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앵커와 하버드대 교수가 ‘중국을 이해하자’ 포럼에 날아간 까닭

웨이위 천
2020년 12월 12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20년 12월 12일 오후 5:22

[뉴스분석]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의 캠프 인물들과 중국 정권의 관련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열린 제5회 ‘언더스탠딩 차이나’ 포럼에는 눈에 띄는 인물 두 사람이 참석했다.

한 명은 CNN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 다른 한 명은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다.

민주당원인 서머스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조 바이든 캠프에서 선거고문을 맡고 있다.

‘언더스탠딩 차이나’는 중국 특색의 싱크탱크를 자처한다.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이론 연구와 토론의 장이라는 의미다.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에서는 이 포럼에 대해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알게 하고, 중국인들에게는 세계를 알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공산당을 알린다는 취지에 걸맞게 포럼에는 중국 공산당 선전부 황쿤밍 부장 등 중공 간부 20여명이 화상 등으로 참석했다.

시진핑 총서기도 축사를 보내며 이 포럼에 힘을 실어줬다.

언더스탠딩 차이나 포럼은 중국이 개최하는 그저 그런 국제행사의 하나가 아니다.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외교정책 핵심으로 추진하는 ‘인류 운명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수단의 하나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7일 대선 승리를 선언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결과를 확정 짓지는 못했다.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잠잠한 당사자 바이든 캠프 대신 CNN 등 진보성향 언론들이 “부정은 없었다”며 목소리를 낸다.

그러다 보니 CNN 간판앵커와 바이든 선거고문이 나란히 중공이 개최한 국제포럼에 참석한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간다.

중공 정권의 그림자는 바이든이 발표한 차기 행정부 인선 명단에도 어른거린다.

그 핵심에 컨설팅 회사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WestExec Advisors)’가 있다.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인 토니 블링컨, 국방장관 후보로 유력한 미셀 플러노이 등 두 사람이 이 회사 공동 창업자다.

바이든이 국가정보국장(DNI)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는 에이브릴 하인스, 차기 행정부 초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젠 사키 역시 이 회사 근무 경력이 있다.

웨스트이그젝의 상무급 임원 두 명은 각각 오바마 행정부 국방차관 로버트 워크, CIA 부국장 데이비드 코언으로 두 사람은 현재 바이든과 해리스를 위해 국가 안보 브리핑을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잖은 사람들이 웨스트이그젝과 관련됐다.

이러한 관련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회사가 올해 보인 미심쩍은 행보 때문이다.

보수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은 이달 2일(현지 시각) 웨스트이그젝이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웨스트이그젝은 지난 7월까지 미 국방부 후원을 받으면서도 외국에서 기부금 받는 방법을 미국 대학들에 컨설팅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었으나, 바이든이 민주당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수주 전 이 같은 내용이 삭제됐다.

이에 대해 웨스트이그젝 대변인은 “미국 대학들이 의도치 않게 중국과 연관되는 것을 피하도록 돕기 위한 서비스”라며 “현재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과 너무 가까워 국가안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비판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 기업과 중국 사이 거래를 성사시켜주고 돈을 받는 사람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기구를 이끌면 미국은 강해질 수 없고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도 바이든이 지명한 외교, 국가안보 인선을 규탄하는 트윗을 잇따라 올리며 “그들은 중공 정부와 천 갈래 만 갈래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미국 정치권, 정부 관료에 대한 침투는 광범위하고 세밀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올해 2월 전미주지사협회 연례회의 연설에서 베이징의 한 싱크탱크가 미국 50개 주의 중국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고 주지사별로 ‘우호, 강경, 불명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 보고서를 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기가 어떤 유형에 속할지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당신들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은 안다. 당신들 중 많은 사람의 이름이 보고서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의 발언은 중공과의 경쟁,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에 대해 주지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주지사들에게 알리는 경고이기도 했다. 누가 중공과 이익공동체인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미국 대선은 미국이라는 한 국가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 각자의 입장이 다른 세계 여러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급박하게 축전을 보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동맹이고, 중공이 주장하는 세계화 이익집단의 구성원이다.

이는 바이든 캠프 자문위원 서머스와 반트럼프 편파언론의 선봉장 CNN 간판 앵커가 중공이 서방 친구들에게 뻗은 손인 ‘언더스탠딩 차이나’ 포럼으로 달려간 이유를 설명한다.

한편, 이 포럼에는 영국 전 총리 고든 브라운, 호주 전 총리 케빈 러드, 멕시코 전 대통령 에르네스토 세이요, 세계무역기구(WTO)의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 독일 연방의회의 볼프강 쇼이블레 의장, 벨기에 전 총리 이브 르테름 등 각국 정부 전·현직 고위층 다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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