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인한 경기둔화에 중국 자본 빠르게 유출”

윤건우
2019년 12월 31일 오전 10:2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41

내년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자본이 빠르게 해외로 유출돼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CNN이 19일 보도했다.

뉴스는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이용해 기록적인 규모의 자본이 비합법적인 방식을 통해 중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보유외환 감소를 우려한 중국 금융당국이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금융연구소(INC)의 연구소는 최근 자료에서 2019년 상반기 중국에서 해외로 유출된 개인자본 규모를 1천310억 달러로 추정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합법적인 방식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10년 만에 최저액인 740억 달러였다.

INC는 중국 개인들은 친구나 친척에게 부탁해 해외송금 1일 한도인 5만 달러씩 이체하거나,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위안화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다고 사례를 들었다.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편법 송금하는 스머핑(smufing)을 활용해 재산을 달러화로 바꾸는 방법도 사용됐다.

외화보유액 감소는 국가신용도를 낮춰 기업과 기관의 해외 자본조달 비용을 높여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국 금융당국이 4년 전 외화보유액이 수천억 달러 감소했던 금융위기의 공포를 떠올리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외환관리국은 지난 16일 “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중대한 싸움에 임해야 한다”며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비정상적인 자본 유출’과 ‘불법 거래행위 단속’을 내년의 핵심 사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 11월에는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com) 산하 온라인결제업체인 차이나뱅크 페이먼트(Chinabank Payments)가 자금을 해외로 이전했다가 외환관리국으로부터 사상 최대규모인 42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해당 업체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벌금의 규모에서 상당한 금액임을 짐작케 했다.

징둥닷컴 류창둥 사장은 자금 유출에 대해 “외부 판매업체가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보도되며 중국의 자본 유출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중국의 자본 유출 단속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됐다. 12월 초 중국은행은 한 고객이 1주일 새 계좌에서 5만 달러(약 5700만 원)를 해외로 빼돌렸다가 적발돼, 은행 측은 유출액의 12%에 해당하는 6천 달러 벌금을 내야 했다.

이러한 자본 유출의 원인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인한 수출 경기가 위축 △투자 수요 부진으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라고 CNN은 분석했다.

2005년 7월 22일부터 2015년 8월까지 중국의 위안화는 꾸준히 상승하며, 투자자들에게 중국 투자 심리를 부추겼다. 그러나 2015년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자 기업 및 개개인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일이 급증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추산에 따르면, 당시 2년 동안 중국을 빠져나간 자금은 각각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중국은 총 1조2천8백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자국 통화가 더 평가 절하되지 않도록 외화보유액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2년 동안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8천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가 2017년에야 어느 정도 손실을 회복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자본 통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외화 환전이나 해외 송금 방식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환율을 마지노선인 1달러당 7위안 선을 통제했다. 위안화를 절상하면 달러는 약세를 띠며 중국 수출 길에 타격을 입고, 그렇다고 위안화를 너무 절하하면 기업과 개인은 높은 가치의 외화로 돈을 순환하려 하므로 자금난으로 줄 도산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환율을 통제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중국 당국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적이 있었다. 세계 최고 은행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당시 중국이 7위안대를 허용한 것에 대해 미국 관세에 따른 자국 기업의 충격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DBS은행은 중국경제를 견인해 온 광둥성과 저장성에 소재한 수출기업들이 경기를 끌어 올리지 못하면 그 악영향이 중국 전체에 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 수요 둔화가 중국 수출기업의 수익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당국이 위안화를 7위안대로 떨어뜨릴 필요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중국 당국은 자본 유출을 막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스위스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분석가들은 중국이 해외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개방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더 많은 돈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부연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이 외국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에 약 45조 달러 규모의 금융시장을 개방했으며, 이를 ‘빅뱅개방’이라 표현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JP모건 체이스·블랙록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중국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