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반대매매로 8조원 증발…금융위·검찰 둘러싼 음모론 솔솔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5월 5일 오후 10:51 업데이트: 2023년 05월 5일 오후 10:51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네럴(SG)’에서 시작한 CFD(주식 차액 계약 거래) 반대매매로 상장사 시가 총액 가운데 8조 원이 날아갔다. 금융감독원은 이 논란의 중심에 선 투자자문사 H사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증권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주가 조작이 아니라 정치자금과의 관련성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고위험성 상품인 CFD 거래의 진입 장벽을 낮춘 조치와 검찰 내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 조치가 불과 두 달 사이에 취해진 것을 두고 당시 문재인 정부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금융위, 문 정부 시절 “모험 자본 투자 촉진한다”며 CFD 거래 자격 완화

CFD 거래란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등락을 이용해 차익을 얻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말한다. 거래 증거금을 내면 실제 주식 거래보다 더 많은 차액을 이익으로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그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과거에는 법인이나 전문 투자자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거래를 허용했다.

또한 거래 자격도 자산이 최소 10억 원을 넘거나 연소득이 1억 원 이상임을 증명할 수 있고, 금융투자금액이 최소 5억 원은 넘어야 가능토록 제한했다.

그런데 2019년 11월 금융위원회는 CFD 거래 자격을 대폭 완화했다. 2018년 11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밝힌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었다.

최종구 위원장은 여기서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전문 투자자군 육성을 위해서”라며 CFD 거래 자격 완화를 예고했고 1년 뒤에 실행한 것이다.

완화된 자격은 이렇다. △최근 5년 사이 1년 이상 월말 금융상품 잔고 5000만 원 이상 보유자 △연소득 1억 원(부부 합산 시 1억 5000만 원) 이상 △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순자산 5억 원 이상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보유자 등의 조건 가운데 1개만 충족해도 되도록 대폭 완화했다. 이전의 문턱을 사실상 없앤 셈이다.

◇CFD 거래 규제 사실상 해제에 업계 “거래 손실 규모 증거금 초과 가능성” 우려

규제가 사라진 뒤 CFD 거래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금융 업계는 반기는 것과 동시에 탈세, 증거금 이상의 손실 발생 등에 대해 우려했다.

2020년 6월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에서 “CFR 시장 활성화는 높은 투자위험도,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구체적인 관련 제도를 만들고 영업, 위험 관리 등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거래 과정에서 증거금보다 많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위험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CFD 매매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매도·보유·매수를 모두 할 수 있으면서도 만기가 없어 기존의 선물옵션 상품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레버리지 활용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급락 등으로 인한 반대매매나 미결제 매수 금액 이자 부담 등을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즉 선물옵션보다 덜 위험해도 위험도는 분명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 대유행을 통한 증시 과열 때 CFD 매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9년 말 8조 4000억 원대이던 CFD 거래 규모는 2020년 말 30조 9000억 원, 2021년 70조 1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CFD 거래 자격 완화 두 달 뒤 법무부, 검찰 금융범죄합수단 해체

그런데 당시 정부는 얼마 뒤 검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부정부패’를 이유로 서울남부지검에 설치했던 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조직은 구성하지 않았다.

이때 법조계는 “수사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금융범죄 수사가 마비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범죄 합수단을 폐지한 이유가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의도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때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도 축소했다. 모두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부서였다.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동훈 법무장관의 취임 1호 명령에 의해 부활했다. 이를 두고 당시 보수 언론은 “야당이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