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M 시위대, 슈퍼마켓 문 잠그고 이용객 100여명 감금

하석원
2021년 03월 25일 오전 11:20 업데이트: 2021년 03월 25일 오후 12:27

미국에서 급진과격단체 블랙라이브즈매터(BLM·흑인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대의 습격으로 식료품점 이용객 100여 명이 매장 내에 한 시간 가까이 갇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뉴욕주 로체스터시에 위치한 ‘웨스먼스’ 슈퍼마켓에서,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사망 1주년을 맞아 BLM 시위대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숨진 흑인은 다니엘 프루드(41)로 작년 3월 23일 발가벗은 상태로 로체스터 거리를 배회하며 이상행동을 벌이다가 가족의 도움 요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두건이 씌워졌고, 경찰의 체포에 저항하다가 바닥에 눕혀져 짓눌려졌다가 질식사했다.

해당 두건은 용의자 체포시 침이나 혈액이 튀지 않도록 하는 도구다. 경찰을 프루드가 침을 뱉는 통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두건을 씌웠다고 해명했다. 사망 후 부검 결과 프루드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상태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공권력의 흑인 살인’으로 규정되며 강한 반발이 일었지만 지난달 23일 뉴욕주 검찰은 프루드의 죽음에 관련된 경찰관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앞서 관할 경찰서장과 경찰관들은 사건 은폐 혐의로 강등되거나 해임됐다.

민주당 소속인 뉴욕주 검찰총장(법무장관)이자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검찰총장인 레티샤 제임스는 이날 “대배심이 사건을 검토한 결과 법 집행관(경찰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며 자신은 다른 결론을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동북부 뉴욕주 로체스터의 버스터미널 진입로를 BLM 시위대가 막아선 채 항의하고 있다. | AP 연합

로체스터 시위대는 경찰관 불기소 처분에 반발하며, 시가지를 약 3km 가까이 행진한 뒤 사건이 벌어진 식료품점에 도착해, 직원에게 매장 출입구를 잠그고 손님들을 가두도록 강요했다.

시위대는 또한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 앞에 앉아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단체 관계자이자 시의원 출마자인 앤서니 홀은 “웨그먼스 슈퍼마켓은 이 지역의 대규모 기업”이라며 “다니엘 프루드의 가족들이 큰 상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을 겪기 바란다”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로체스터의 언론인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밥 론스베리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폭도들에 의해 슈퍼마켓에 갇혔는데 로체스터 경찰서는 그저 방관만 하고 있다. 이제 이곳에서는 소방 법규와 무단 침입이 별일 아닌 게 됐다”며 수치스러운 날이라고 전했다.

미 보수매체 데일리와이어는 숨진 프루드가 체포 당시 경찰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가했다고 전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프루드가 경찰관들에게 “총을 줘, 난 총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부검 보고서는 프루드의 사인을 질식에 의한 합병증으로 판단했다. 사인에는 합성마약 펜사이클리딘(PCP) 복용에 따른 의식 장애와 급성 중독도 포함됐다.

한편, 슈퍼마켓에 갇혔던 이용객은 이날 오후 풀려나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