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로이터 “中, 전문가 의견 무시·급작스런 방역 완화… 희생 줄일수 있었으나 실패”

정향매
2023년 03월 27일 오후 11:29 업데이트: 2023년 03월 27일 오후 11:30

2022년 3월 ‘방역 완화 준비’ 권한 전문가 보고서 묵살
中 공산당 20대 당대회 후 ‘백지 혁명’ 터지자 갑자기 방역 완화
방역 완화 6주 만 국민 10억 명 이상 감염…사망자 속출

3월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AP 통신이 중국 당국이 고강도 방역 정책 ‘제로 코로나’를 촉박하게 중단한 전말을 밝혔다. 이를 위해 AP 통신은 데이터 모델,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현직 직원 및 의료 전문가 그리고 중국 정부 고문 등과 20여 차례 인터뷰한 내용, 입수한 중국 내부 보고서와 지침 등을 종합·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통신에 의하면 중국 내 공중보건 전문가와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중국 국무원 내 공중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태스크포스)는 당국에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백신 접종 촉진, 항바이러스제 비축 등 방역 완화 준비 사항을 상세하게 건의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같은 해 3월 홍콩과 상하이의 연이은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공황에 빠졌다. 중국 보건 관리들과 자주 소통해온 한 의료 전문가는 통신에 “당시 중국 당국은 방역 정책을 완화할 용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3월 말 상하이는 부분 봉쇄를 선포했다. 상하이 봉쇄 후 방역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억압됐고 많은 전문가가 언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의료 전문가 집단과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각각 의견 차이가 컸다. 상하이 봉쇄는 예정된 8일에서 2개월 더 연장됐다. 

2022년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몇 달 앞두고 상하이 봉쇄가 풀렸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20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였다. 중국 공산당은 이처럼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했다. 이에 중국 전역의 관리들은 코로나19 변이종 오미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 내 공중보건 부문에서 ‘고강도 방역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됐다. 하지만 곳곳에서 이어지는 팬데믹 재확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방역 완화를 결심하지 못했다. 

AP 통신이 입수한 지난해 11월 5일 베이징 위생국 한 내부 문서에는 “팬데믹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쓰여 있었다. 며칠 뒤인 11월 11일,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은 제로코로나를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하순 중국 국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한 아파트 화재 참사가 발생하자 전국에서 고강도 방역에 항의하는 ‘백지 혁명’이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는 지난 1989년 6·4 톈안먼 민주운동이래 중국 공산당 권력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도전이었다. 무장 경찰이 전국의 항의 활동을 재빠르게 진압했지만 실제 상황은 바뀌고 있었다. 

며칠 뒤 ‘제로코로나의 차르’라 불리는 쑨춘란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한 회의에서 전문가들에게 “신속하게 제로코로나 정책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월 6일, 시진핑 총서기도 관리들에게 코로나 19 통제 조치를 바꿔라고 지시했고 중국 당국은 12월 7일 ‘제로코로나 중단’을 선포했다. 

AP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은 갑자기 방역 완화 결정을 내렸다”며 “공중보건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반영한 결과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수 중국 정부 관계자는 통신에 “시진핑 총서기가 백지 혁명 때문에 고강도 방역 정책을 더 빨리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 결정은 중국 전역을 혼란에 빠뜨렸다. 불과 6주 만에 전국 인구의 약 80%인 10억 명 이상이 감염됐다. 곧 환자들이 응급실을 가득 메우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병원 구급차가 바쁘게 움직이고 장례식장은 밤낮으로 시신을 태웠지만 여전히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은 “홍콩대 전문가들이 만든 모델과 다른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 국민들이 백신을 더 효과적으로 접종하고 중국 당국이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준비했으면 사망자를 20~30만 명 줄일 수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3일 로이터 통신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일어난 백지 시위는 시진핑 방역 관리의 전환점이 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층은 젊은 시위자들이 코로나19 확산보다 더 정권에 위협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또 “중국 당국은 지난 2월 9일까지 병원 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가 8만315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의료계는 중국 당국이 제로코로나를 중단한 2달 만에 100~150만 중국인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