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했던 야생 칠면조, 퀘벡에 보금자리 틀다

The Canadian Press
2019년 07월 12일 오후 1:3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6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한 캐나다에서도 야생동물의 멸종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자취를 감췄던 야생 칠면조들이 다시 퀘벡 남부지역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때로는 주택 앞마당에서 벌레들을 쫓으며, 때로는 도로 한복판에서 길을 막고 느긋하게 걸어가는 칠면조들. 주민들은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람과 칠면조는 이제 조금은 공생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편집부


몇 년 전부터 캐나다 퀘벡에 야생 칠면조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맨머리에 키가 90cm 정도 되는 이 손님들은 가끔 발코니와 뜰에서 주민들을 빤히 바라보곤 했다.

캐나디안 프레스 보도에 의하면 “야생 칠면조가 북쪽 몬트리올의 로헝띠드 지역의 그림 같은 마을 셍쏘뵈흐에 사는 일부 주민들을 당혹하게 했다”고 마을 책임자 장 볼리유 씨가 말했다.

볼리유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칠면조들은 집 마당을 서성일 뿐 아니라 차 위에도 올라앉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칠면조가 아이를 공격할까 봐 두려워 이사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야생 칠면조는 개체 보존과 서식지를 재배치하는 프로그램과 따뜻한 겨울 덕분에 퀘벡주 남부에서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볼리유 씨는 “칠면조를 처음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몸집도 거대하고 색깔도 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익숙해져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며 “칠면조들이 발코니에 앉아 있기도 하고, 앞마당 잔디밭을 돌아다니거나 골프장에서 씨앗이나 곤충을 쪼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더는 놀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볼리유 씨는 다시 돌아온 야생 칠면조가 최근 몇 년 새 좀 더 순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퀘벡주 야생 생물학자 앙드레 뒤몽 씨에 따르면 칠면조는 개체 수 변동이 심해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덥고 건조한 여름은 칠면조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개체 수가 반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뒤몽 씨는 “‘종의 재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퀘벡 남부와 온타리오주에서 야생 칠면조 개체수가 점점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따뜻한 겨울 날씨 덕에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고, 십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보전 프로그램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냥꾼 그룹 ‘클럽 딘던 소비지 몬트리올(Club Dindon Sauvage Montreal)’ 스티브 타디프 회장은 “그동안 칠면조가 보이지 않던 지역에는 칠면조가 나타났고, 많던 지역에서는 오히려 칠면조가 없어졌다”며 “최근 몇 년간 여러 지역에서 칠면조가 목격되는 이유는 야생 칠면조의 이동 때문”이라고 봤다.

칠면조,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 수는 없는 법!

칠면조의 귀환은 사냥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더불어 이들이 사냥하는 대가로 내는 수수료는 연간 약 5백만 달러(약 588억 원)에 달해 지방 경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도로변에 덩치 큰 칠면조가 나타나면 운전자에게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 퀘벡 가티노 공항에서는 활주로에 있는 칠면조를 처리해야만 했다.

알렉산드르 데자르딘(Alexandre Desjardins) 캐나다 교통부 대변인은 “공항 측은 조류 공격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잔디 깎기, 조류 퇴치를 위한 시각·청각 기피 장치 설치, 개체수 통제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이메일을 통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대형 조류와 마찬가지로 칠면조가 항공기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농부들 역시 칠면조들이 밭을 망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뒤몽 씨는 종종 사슴이나 너구리 등 다른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 저지른 것을 칠면조들이 뒤집어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칠면조는 우리가 멀리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밤에 돌아다니지 않고 낮에 주로 활동한다. 따라서 칠면조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크다는 것은 잘못된 연구 결과다”라고 주장했다.

뒤몽 씨와 타디프 회장은  “캐나다의 겨울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추워서 칠면조의 개체 수가 우려할 정도로 증가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칠면조가 돌아온 것은 ‘생물의 다양성과 보전을 이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