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영국왕실, 엡스타인 성범죄 보도 막았다” 미국 스타 앵커 폭로

자카리 스티버
2019년 11월 14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14일

미국의 스타 앵커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보도를 방송사 측에서 막았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해당 방송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 및 학대 혐의로 기소돼 체포됐다가 한달 만에 교도소에서 사망한 엡스타인이 연일 화제다. 미국 전직 대통령, 영국황실 연루설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서다.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인 버지니아 주프레(35)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엡스타인이 자기를 ‘성 노예’로 취급했다며 앤드류 왕자와 성관계를 하도록 세 번이나 강요 당했다고 폭로했었다.

미국 ABC 방송 프로그램 ’20/20’ 앵커 에이미 로바크가 버지니아와 어렵게 인터뷰해 방송을 준비했지만, 영국 왕실의 압박으로 보도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로바크가 사적인 자리에서 하소연하는 내용이 영상으로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5일 공개된 영상에서 로바크는 “ABC가 주프레와 인터뷰를 했다는 것을 영국 왕실이 알아챘고 그 이후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를 협박했었다”고 호소했다. 로바크는 2015년에 버지니아를 만나 엡스타인과 연관된 이야기를 나눴고, 인터뷰 방송을 제작했다.

로바크는 “이 뉴스를 알게 된 지 3년이 됐다. 버지니아가 다 말해줬다. 그녀는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12년 동안 숨어 살았다. 우리는 그녀가 나오도록 설득했고 우리와 이야기하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서 로바크는 미국 빌 클린컨 대통령의 혐의도 언급했다.

“우리가 입수한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빌) 클린턴,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3년 동안 이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저기서 뉴스 속보라고 터지고 있지 않나. 난 훨씬 이전부터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영상에 로바크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나보고 제프리 엡스타인이 누구냐며 뉴스거리가 안 된다고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영국 왕실에서 우리가 앤드루 왕자의 혐의에 관해 취재한 것을 알아채고 수많은 방식으로 우릴 협박했다.”

ABC “막은 것 아냐…보도기준 미달”

ABC는 해당 영상이 유출되자 성명을 통해 “로바크가 ‘확실하다’고 말한 그 이야기에 대한 보도는 ABC의 보도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다”며 “ABC는 결코 그 이야기에 대한 취재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BC의 크리스 블라스토 뉴스 탐사팀장은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와 인터뷰에서 “ABC가 몇 가지 세부 사항을 확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방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세부 사항이 충족됐다면 보도를 했을 것이라며 “빌 클린턴에 대한 이야기를…앤드류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다. 그러니 우리가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ABC는 여전히 그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있다.

버지니아 주프레는 결혼해 남편의 성을 따라 버지니아 로버츠가 됐다. 뉴멕시코 주 제프리 엡스타인 조로 목장에서 버지니아 로버츠의 모습. | U.S. District Court of the Southern District of Florida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 버지니아의 변호사인 스탠 포팅거는 할리우드리포터와 인터뷰에서 버지니아와 인터뷰 방송은 훌륭히 제작됐다며 “방송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알기로는 그것은 편집이 끝나 방송할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내보낼 수 있다. 그래서 왜 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포팅거 변호사는 3년 전 ABC의 로바크 앵커 팀이 버지니아와 인터뷰 할 때 변호를 맡고 있었다. 그는 버지니아가 인터뷰 당시 ABC 로바크 팀을 매우 신뢰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포팅거 변호사는 “편집정책이나 법리상으로 우리에게 말이 되는 이것을 방송하지 않은 이유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로바크는 유출된 동영상에 대한 성명을 통해 “개인적으로 좌절의 순간에 휘말렸다”고 토로했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젝트 베리타스가 찍은 동영상에서 ABC 앵커 에이미 로바크는 핫마이크(마이크 켜진 걸 모른) 상태에서 방송사가 3년 전에 엡스타인의 이야기를 덮었다고 주장했다.| Screenshot/Project Veritas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앤드류 왕자 모두 엡스타인 사건과 연루돼 비난에 직면해 있다.

버지니아에 의하면 클린턴은 퇴임 직후 엡스타인의 유명한 전용기 ‘롤리타 익스프레스’를 수십 차례 타고 카리브해에 있는 엡스타인의 섬을 방문했다. 엡스타인의 뉴욕 맨션에 클린턴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도 발견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뉴욕 집을 방문했고 할렘 근처 자신의 사무실에서 엡스타인을 접대한 것은 인정했지만, 엡스타인의 범죄와 자신의 범죄 혐의는 물론 비밀 경호원 없이 엡스타인의 비행기를 탔다는 비행 기록에 관한 인용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앤드류 왕자도 역시 엡스타인의 섬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2010년 한 비디오 화면에는 엡스타인의 뉴욕 맨션에서 앤드류 왕자의 모습이 보인다. 엡스타인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복역하고 출소한 직후의 일이다.

한때 왕위 계승 순위 6위였던 앤드류 왕자는 당시 엡스타인을 만난 것이 실수였다며 엡스타인의 사악한 행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영국 해로게이트에서 열린 제161회 그레이트 요크셔 쇼 마지막 날 쇼그라운드에 방문한 요크 공작 앤드류 왕자. 2019. 7. 11. | Ian Forsyth/Getty Images

버킹엄 궁은 성명을 통해 “(앤드류 왕자가) 엡스타인과 함께 보낸 제한된 시간 동안 체포나 유죄판결과 관련된 어떤 행동도 목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또한 빌 게이츠, 나오미 캠벨, 기슬레인 맥스웰을 포함한 많은 유명 인사들과도 교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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