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대표 초청 만찬, 방중 기자단 운영…중공의 미 언론 침투

캐시 허
2021년 1월 19일
업데이트: 2021년 1월 19일

홍콩의 한 비영리 단체가 지난 2009년부터 미국 언론 50개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방중 기자단이 미국 언론계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중공)의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중공 정부 관리이자 억만장자인 둥젠화(董建華)가 이끌고 있는 ‘중미교류재단’(China-United States Exchange Foundation, CUSEF)이 바로 그 단체다. 둥젠화는 홍콩 행정장관을 지냈으며, 현재 중공의 정치자문기관인 ‘중공 인민정치협상회의’의 부주석이다. 미국의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라 CUSEF는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미국 정부에 등록된 CUSEF의 서류를 살펴보면 이 단체가 어떻게 미국 언론의 보도와 여론을 좌지우지하려 하는지 보여준다.

이들은 미국 기자에게 무료 중국 여행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전·현직 의원들의 중국 여행을 준비하고, 사적인 저녁 식사를 통해 (미국의) 주류 출간업체 임원들의 비위를 맞추는데, 미국에 독립적인 ‘제3의 지지자’를 양성해 중공을 지지하는 글을 서방 언론에 게재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런 활동은 중공이 어떻게 서방 민주국가에서 민의와 엘리트들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각국 정부가 중공의 정책을 인정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한 강연에서 중공의 ‘통일전선공작’이라 불리는 일련의 선전 공세의 목표는 “미국인에게 중공의 권위주의적 통치 형식을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에 본부를 둔 안보정책센터(Center for Security Policy)의 선임연구원 그랜트 뉴샘(Grant Newsham)은 한 이메일에서 이 지배단체는 외국 언론사를 겨냥함으로써 중공에 대한 미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제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늘리려 한다고 밝혔다.

뉴샘은 “상하이와 선전에는 몇 개의 반짝이는 고층 빌딩이 있는지, 중공 치하의 중국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섰는지, 중국 경제가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와 같은 중공에 대한 선전 보도가 있어 미국 대중과 미국 정부 측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비즈니스 업계 및 금융계의 대중(對中) 정책을 좌우지한다고 밝혔다.

미 언론에 대한 적극적 개입 시도

CUSEF에 고용된 홍보업체 BLJ 글로벌이 지난 2011년 제출한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 등록 서류에서는 “중국은 미국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는 점을 중심으로 미∙중 관계를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홍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계획이 공개됐다.

BLJ 글로벌은 CUSEF의 중점 업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는데, “미∙중 관계에서 ‘의기투합’ 할 전문가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육성한다”, “미∙중 관계를 논할 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영향력 있는 언론인들과의 관계를 구축한다”, “적극적으로 호소력 있는 미∙중 교류 메시지를 작성하고 둥젠화 주석을 통해 독립적인 ‘제3의 지지자’와 단체 및 언론에 전달한다” 등이다.

이 회사의 2010년 목표는 중공에 유리한 글을 매주 평균 3편씩 각종 출판물에 게재하는 것이다. 신고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 홍보업체는 각 언론사의 칼럼 26편과 103건의 기사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 전직 정치인, 영향력 있는 인물로 구성된 ‘제3의’ 지지자들이 일부 ‘적극적’인 관점을 가진 글을 작성하고, BLJ 글로벌은 이들이 ‘언론,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칼럼니스트, 그리고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해 더 많은 멤버를 모색하고 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짜 중국 여행’

CUSEF가 제출한 심사 서류에 따르면 BLJ 글로벌은 2009년 이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LA타임스, Vox, NPR, NBC 등 48개 미국 언론사에서 온 기자 128명에게 무료 중국 여행을 주선했다.

BLJ 글로벌이 2011년 배포한 문서를 보면 이러한 중국 여행은 “익숙한 여행”이라 불리며, ‘미국 톱 기자를 중국으로 모으기 위한 것으로, 선정 기준은 보도 효과와 ‘중국(중공)에 얼마나 유리한가’ 하는 것이다.

이 문서엔 “중국(중공)의 성과를 이해하기 위해 취재진에게 새롭고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미국과 중국(중공)의 직접적인 접촉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와 있다.

신고 자료에는 2009년 7곳의 출판업체 기자가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해 28편의 (친중공적인) 글을 가져다주었다고 적혀있다.

뉴샘은 “중국행은 중공 정부가 써온 ‘방문외교’나 ‘열정 호객’ 정책과 비슷하다”며 여러 나라의 정부 관료나 비즈니스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공에 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뉴샘은 또한 기자들은 아마 스스로 중공 권력이 미치는 영향력에 면역력이 있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믿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외신 초청…중국에 대한 ‘견해 변경’ 시도

중공 정부는 CUSEF가 지원하는 외국 기자의 중국 여행을 중요한 통일전선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으며, 서방 기자들은 이를 통해 ‘진실한 중국’을 접할 수 있었다.

‘중국인민외교학회’(Chinese People’s Institute of Foreign Affairs)는 중공 정부 소속 기관으로, 외국 관료들의 중국 방문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CUSEF가 후원하는 미국 기자들을 위한 주최자 역할도 하고 있다.

이 학회의 양원창(楊文昌) 당시 회장은 2009년 한 내부 회의에서 미국 언론의 방문은 ‘좋은 시도’라며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차오(王超) 현 회장은 2020년 내부 간행물에서 “이 기자들에게 중국의 진보를 몸소 느끼게 하고, 이 매체들을 창구로 삼아 더 많은 외국인에게 ‘진실한 중국’을 보여주자”며 외신 초청의 강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중공 정부 산하 ‘중화전국언론인협회’(All‑China Journalists Associatio)는 2010년부터 기자 교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16년 당 매체에 게재된 한 글은 이 협회가 외국 언론의 중국 방문을 주선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친선을 도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자랑했다.

이 글은 이런 방문에 대해 “중국에 가본 적 없고 미국의 대중(對中) 편견에 영향을 받은 기자가 중국(중공) 관리, 전문가, 언론과 동행해 중국의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눔으로써 많은 오해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글은 또한 미 매체 허핑턴 포스트의 한 선임 편집자의 소감도 인용했는데, 그는 협회가 마련한 방문이 그에게 “미국 언론권이 중국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닫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LA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한 명은 9일 동안 중국을 방문한 뒤 중국에 대한 미국 언론의 이해는 “영원히 중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의 패트릭 기자는 이번 중국 방문이 중국(중공)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중국(중공) 매체의 보도에 다르면 패트릭은 “중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중국 언론이 계급투쟁의 목표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이러한 생각은 문화혁명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란 사실을 발견해 우습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언론 교류가 “상당히 가치 있다”고 덧붙였다.

중공 당국은 위기의 순간에도 이들 매체의 중국행을 이용해 외국 언론의 정서를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하려 했다.2011년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2008년과 2009년 티베트와 신장 소수민족이 각각 두 차례 중공 통치에 반대하는 중대 항의 시위를 벌이자 중공은 이를 폭동으로 낙인찍었고 CUSEF가 곧바로 서방 매체의 ‘뉴스 조작’을 비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집된 그 사람들은 “이 인권 탄압 사건에 대한 냉정한 처리와 중공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신속한 언론 취재를 주선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허핑턴 포스트와 LA타임스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사 대표들과의 사적인 만찬

CUSEF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주간 잡지 TIME,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뉴욕타임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35개 언론사 대표들과 만찬을 가졌다.

둥젠화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수시로 만찬을 열어 미국의 톱클래스 출판사 임원과 편집자를 초청한다. BLJ 글로벌은 2011년 FARA 신고 서류에서 이 같은 사적인 만찬을 “신문업계 리더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고 진귀한 통로”라고 묘사했다.

BLJ 글로벌은 “계량화는 불가능하지만, 둥젠화 선생의 미국 언론 고위층에 대한 관점의 형성과 영향력이 커져 다양한 언론의 뉴스 보도와 엘리트 계층에 대한 영향력을 좌우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둥젠화는 중공 정협회 부주석으로 중공 통일전선 시스템의 한 요직을 맡고 있다. 이 자문기구는 자신을 ‘사회주의 민주 촉진’을 위한 ‘애국통일전선’ 조직이라고 밝혔다.

중공 지도자들이 ‘법보’(法寶)라고 부르는 통일전선 사업은 중국 국내외 수천 개 단체와 관련돼 있으며, 이들 단체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촉진한다.

둥젠화는 상하이 출신의 홍콩 사업가로, 1997년 영국이 홍콩의 행정 통제권을 중국에 넘긴 뒤의 첫 번째 홍콩 행정장관이다. 2005년, 그는 2기 임기를 앞두고 사퇴했다. 재임 중 그는 2019년 대규모 민주 시위 이전 홍콩 최대 규모의 시위를 촉발한 ‘23조’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반(反)전복 법안’의 초안을 감독했다.

중공 중앙정부에 충성을 맹세해 온 그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이 지난해 홍콩에 적용한 국가보안법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베이징은 ‘일국양제’ 실행 방안 관련 약속을 어긴 적 없으며, 이 방안의 법 조항에 따라 홍콩은 중국 본토에는 없는 자치와 자유‧권리를 유지했고 지난 22년간 중공은 홍콩의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시진핑과의 회동에서 둥젠화는 시진핑으로부터 “시간, 체력, 지혜, 자원을 사심 없이 국가에 바쳤다”며 “후세에 모범을 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CUSEF과 BLJ 글로벌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CUSEF는 2017년 포린폴리시 성명에서 중공 정권과의 결부를 부인했다. 한 대변인은 당시 “우리는 어떤 정부도 추동하거나 지원할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장에서 자행된 중공의 대량 학살 행위에 관한 보도라든가 중공이 중국인에게, 보통 파룬궁 수련생에게 행하는 강제 장기 적출에 관한 보도같이 제대로 된, 중공에 민감한 보도는 얼마나 기다려야 볼 수 있을지 보자”고 이야기했다.
경제적 이익을 내세운 검열 압력

뉴샘은 중공이 개인적 친분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서방 언론의 중국 내 운영 통제와 중국 시민과의 접촉 기회 등을 통해 이들에게 직접적인 위협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당신이 쓴 것이 너무 심하게 중공에 비판적이면 중국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뉴샘은 “이는 불가피하게 중국에 대한 보도 수위를 낮추는 자기 검열로 이어지고, 여기서 정확하지 않고 진실하지 못한 보도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외신 기자들은 중국 정부가 외국 언론의 보도를 바꾸도록 강요하기 위해 자신들의 비자를 ‘무기화’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2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중공)이 아시아의 진짜 환자’라는 칼럼을 싣고 사과까지 거부하자 중공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3명의 비자를 취소했다.

지난해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징의 보복이 두려워 2013년 당시 중국 최고 부자였던 왕젠린(王健林)과 중공 고위층 간의 관계에 대한 조사 보도를 철회했다. 블룸버그의 매튜 윙클러 당시 편집장은 2013년 10월 한 컨퍼런스 콜에서 “그들이 우리를 문 닫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NPR이 입수한 한 회의의 녹취록에서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중공의 위협조차 외면

뉴샘은 베이징이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좌지우지하는 데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장에서 자행된 중공의 대량 학살 행위에 관한 보도라든가 중공이 중국인에게, 보통 파룬궁 수련생에게 행하는 강제 장기 적출에 관한 보도같이 제대로 된, 중공에 민감한 보도는 얼마나 기다려야 볼 수 있을지 보자”고 이야기했다.

미국 언론은 베이징의 인권 침해에 대한 보도가 부족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내 위기에서 중공 정권의 파괴적인 역할을 간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 보도에서도 “주류 언론은 중국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이를 ‘가짜 뉴스’라고 공격한다”고 뉴샘은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추정은 최근에서야 더 많은 인정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하지만 언론은 최소 1년을 허비했고, 중공이 이를 은폐하도록 두었다”고 말했다.

뉴샘은 매년 수만 명의 미국인을 사망케 하는 펜타닐(진통제)의 위험을 보도하는 뉴스조차도 이 같은 합성 마약이 중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경제에 대한 보도가 드물다는 것은 중국(중공) 정부 측 경제와 금융 통계 데이터가 매우 부실하거나 애초에 중국엔 법치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 매체와 중공 정부가 상호 작용하는 문제는 “결국 원칙적인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한 뉴샘은 “이런 기자와 언론사 임원들이 남아프리카의 유색인종 차별 정부에도 그런 짓을 하겠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