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각처럼 보이세요? 실은 89.64도입니다” 홍콩인 시선 뺏은 고속도로 광고

남창희
2020년 8월 27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27일

“직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해안 고속도로변에 세워진 대형 전광판에 고속도로 이용객의 이목을 끄는 광고가 게재 중이다.

하얀 바탕에 큰 엘(L)자 모양의 직각이 그려졌고 그 옆에는 89.64˚로 각도가 표시됐다. 그 아래에는 “직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홍콩인으로 표기해주세요. 중국인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적혔다.

이 광고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인구조사(센서스 2020)에서 인종란에 ‘중국인’(Chinese)이 아닌 ‘홍콩인’(Hongkonger)으로 기재하자는 캠페인을 알리는 내용이다.

해당 도형이 직각(90˚)처럼 보이지만 직각이 아니듯 홍콩인도 중국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홍콩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체제 홍콩을 구분하고 정체성을 잃지 말자는 의미다.

이 광고를 게재한 미국 내 홍콩인 권익단체인 ‘위 더 홍콩어스(We the Hongkongers)’는 지난 3월부터 ‘#홍콩인이라고 쓰세요’(#WriteInHongkonger)라는 캠페인을 펼쳐왔다. 같은 광고를 뉴욕과 LA에도 내고 있다.

미국은 10년마다 전국적인 인구조사를 시행하는데, 올해는 마침 2020년 인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 7월 말 접수마감이 예정됐지만,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사태로 9월 말로 연장됐다.

센서스 2020 조사 결과는 향후 미국의 정책에 주요 근거자료로 사용된다.

설문조사로 진행되는 ‘센서스 2020’은 인종란에 응답자가 직접 인종을 기재할 수 있는데, 이 결과는 미국 정부의 정책과 예산 분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체 측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홍콩인은 약 20만명으로 이들은 인구조사에 ‘중국인’ 혹은 ‘아시아인’(Asian)이라고 응답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은 인종란에 ‘대만인’(Taiwanese)으로 기재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올해 인구조사에서 지난번(2010년)에 비해 65% 증가한 21만명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광고는 직각과 다른 사례로 89.64˚를 제시함으로써 또 다른 메시지를 함축했다.

중국인에게 89, 64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숫자다. 바로 1989년 6월 4일 발생한 톈안먼 학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와 30여년 전 톈안먼 사태를 연결하며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한 홍콩 출신 네티즌은 “각도를 뜻하는 중국어 ‘쟈두’(角度)’를 광둥어로 읽으면 국가(國度)라는 단어로 발음이 같다”며 “중국이 국가인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음을 은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해당 광고판을 운영하는 업체 측은 광고판이 매일 실리콘밸리로 출퇴근하는 30만명에게 노출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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