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국악 신동 제자에게 ‘호랑이 스승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칭찬’ (영상)

김연진
2021년 01월 29일 오후 3:0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41

판소리 인생 40년을 살아온 박정아 명창.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이며,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만 100명이 넘는다.

박정아 명창은 제자들 사이에서 ‘호랑이 스승님’으로 유명하다. 제자를 사랑하는 만큼, 더 엄하게 가르쳐 훌륭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애제자이자 ‘국악 신동’이라고 불리는 9살 김태연양과 마주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이 마지막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는 박정아 명창과 김태연양이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채널A ‘아이콘택트’

박정아 명창은 “흥보가 한 바탕 배우려면 보통 5~10년이 걸린다. 그런데 태연이는 거의 3년 만에 끝냈다. 너무 잘해서 놀랄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야말로 신동이었다.

이에 박정아 명창은 태연이를 더 엄하게, 무섭게 가르쳤다. 다른 제자보다 더 정이 갔기 때문.

그런 태연이와 마지막 수업을 해야 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제가 몸이 아파서… 유방암 4기에 접어들었다”

“끝까지 (태연이를) 가르치고 싶었는데,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아 명창은 눈물을 쏟았다.

“제자들이 떠날 때가, 암 선고 받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근데 우리 태연이가 ‘저는 선생님 곁을 안 떠날 거예요’라고 말하며 위로해줬다”

“이제는, 태연이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보내주려고 한다”

채널A ‘아이콘택트’

김태연양은 이날이 마지막 수업인 줄 몰랐다. “선생님은 강하고 무서운 분이니까, 암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런 태연이를 앞에 두고 박정아 명창은 “오늘 태연이에게 마지막 수업을 해주려고 해…”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태연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애써 눈물을 참던 태연이는 “선생님, 한복 입으신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라고 말했다.

박정아 명창은 “너를 아끼는 마음에 혼냈는데, 이해해줘”라며 지금까지 엄하게 대했던 이유를 고백했다. 태연이는 “선생님이 다 우리 잘되라고 혼내셨던 것”이라며 어른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채널A ‘아이콘택트’

박정아 명창은 “어쩌면, 선생님이 네 곁에 오래 없을지도 몰라. 다른 데서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마지막 수업이 시작됐다. 최선을 다해, 목청껏 소리를 냈다.

소리가 끝나자 박정아 명창은 “이제 정말 어디 내놔도 쓰겠다”라며 처음이자 마지막 칭찬을 했다. “태연이 칭찬 처음 듣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맨날 칭찬해줄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선생님이 이제 태연이를 보내주고 싶어. 우리나라 음악을 지키는 명창이 됐으면 좋겠어. 고맙고 미안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